17일 증시에서는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인 주가를 쥐락펴락하는 '왝더독(wag the dog)' 장세가 연출됐다. 왝더독이란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것으로 선물매매가 코스피지수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 왝더독을 유발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장 초반 코스피200선물을 1500계약 정도 팔아치우며 선물가격을 4.32% 하락한 137까지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베이시스(선.현물 가격차)가 악화되면서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이 쏟아졌다.



차익거래는 19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보여 증시를 압박했다.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050선까지 밀렸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현물 주식을 사들여 위험 없이 수익을 내는 거래 방식이다.

오후 들어 외국인은 선물을 사기 시작했다. 오후 1시께 매수 우위로 전환하더니 한때 1200계약 넘게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베이시스가 확대되면서 이번엔 차익거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오후 2시께 차익거래는 23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프로그램 매수세가 강화되자 코스피지수는 11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왝더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후 2시30분 외국인은 또다시 선물 순매도를 보였고 프로그램 차익거래도 순매수 규모를 줄였다. 프로그램은 결국 차익거래(541억원)와 비차익거래(968억원)를 합쳐 1509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도 등락을 거듭한 끝에 9.94포인트(0.91%) 내린 1078.32에 장을 마쳤다.

이처럼 하루종일 외국인 선물 매매로 증시가 요동치자 '왝더독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거래가 많지않아 프로그램 매매가 쉽게 현물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소액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수급구조가 취약해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옵션 만기일이던 지난 13일과 14일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각각 6800억원과 1000억원 줄어들어 이달 10∼12일 유입된 차익거래 물량이 대부분 빠져나갔기 때문에 앞으로 최대 1조4000억원가량의 차익거래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에따라 장중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장중 외국인의 베이시스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어 외국인 선물 매매에 따른 지수 출렁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연구원은 "실제로 선물의 고가와 저가 차이를 코스피200지수의 고가와 저가 차이로 나눈 '반응배수'가 이달 초엔 평균 1배 미만이었지만 최근 1.05배 이상으로 커져 베이시스 등락폭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장중에 프로그램 매매로 인한 현물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