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분비 췌장베타세포 파괴
종양괴사인자 차단 등 치료제ㆍ예방백신 개발 열기

당뇨병은 대표적인 '성인병'의 하나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기름진 식사와 운동 부족 등에 따른 비만이나 스트레스 등이 당뇨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날씬한 어린이들은 당뇨병에서 자유로울까. 정답은 '노'다. 이른바 '소아당뇨'라고 불리는 1형 당뇨는 대부분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성인들이 주로 걸리는 당뇨병은 2형 당뇨로,췌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만들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와 달리 1형 당뇨는 췌장이 아예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5%가량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아당뇨는 인체의 자가 면역시스템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이를 파괴하면서 발병한다. 하지만 자가 면역시스템이 베타세포를 파괴시키는 원인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이 각각 1형 당뇨의 원인 물질을 발견했지만 아직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이처럼 소아 당뇨는 발병 원인이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은 탓에 현재로선 평생 인슐린을 투여받는 길밖에 달리 치료방법이 없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이나 인슐린의 활동을 저해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나와있는 2형 당뇨와는 사뭇 다르다.

글로벌 제약사와 세계적인 의료연구진이 1형 당뇨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건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블루오션'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가장 앞서나간 업체는 영국계 제약사인 GSK.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1형 당뇨 치료제인 '오테릭시주맙'(otelixizumab)을 개발한 미국 톨럭스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태다. 계약금과 향후 개발비 등으로 모두 7억6000만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임상 2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오테릭시주맙을 투여받은 1형 당뇨 환자들은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K의 뒤를 잇는 1형 당뇨 치료제 개발업체는 한국의 바이오벤처기업인 VGX인터내셔널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1형 당뇨병 치료제인 'VGX-1027'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치료제의 원리는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종양괴사인자의 기능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 밖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은 줄기세포 치료법을 통해 1형 당뇨병 환자들을 인슐린 투여가 필요없는 상태로 개선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하버드 의대는 폐결핵 예방주사인 BCG 백신을 이용해 1형 당뇨병을 완치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구대학교 생명공학과 윤종원 교수팀은 상황버섯을 이용한 1형 당뇨 치료 물질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1형 당뇨 예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 성모마리아 부인 아동병원 연구진은 비타민D 보충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1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3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은 오메가-3 지방산이 1형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예방백신 개발에 나선 기업과 연구진도 있다. 스웨덴의 다이아미드 메디컬은 자체 개발한 1형 당뇨 예방백신인 '다이아미드'에 대해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 등도 1형 당뇨병 예방백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