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생각하는 미래형 車 '시동'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겨울 아침.K씨는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에 다가서 "나야"라고 말한다. K씨의 명령에 자동차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히터가 작동돼 실내가 따뜻해진다. 출근시간을 미리 입력해 놓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자동차 시동이 자동으로 걸리고,실내 온도는 물론 시트 높낮이와 백미러도 K씨에게 맞게 자동으로 조정된다.

운전석에 앉자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텔레매틱스 단말기 모니터에는 차량의 고장 유무,소모품 교환 시기 등이 표시된다. 음성안내(TTS)시스템이 "타이밍 벨트의 압력이 낮고 배터리 압력이 일정치 않아 고장이 예상되니 2~3일 내에 정비를 받으세요"라고 안내해준다.

뒤이어 내비게이션이 "A사 본사로 가시겠습니까?"라고 음성으로 물어온다. K씨의 일정이 내비게이션에 입력돼 있어 목적지 확인을 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차량 앞면 유리에 표시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여서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길안내를 받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교차로를 통과하기 직전 신호등이 갑자기 바뀌자 자동 감속 장치가 작동,"정차를 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며 자동차가 저절로 멈춰선다. 신호대기 중에는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고 녹색 신호로 바뀌기 직전에 다시 시동이 걸린다. 근거리 통신망을 통해 자동차가 신호등의 교통신호 정보를 받을 수 있어서다. 연료 절감에 도움이 된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해 K씨가 차에서 내려 "주차"라고 말하자 자동차가 스스로 빈 곳을 찾아 주차한다.

이 같은 모습이 2013년께 현실화될 전망이다. 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돼 차량 주변 정보와 도로 주행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차량을 자동 제어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래형 자동차에는 '눈'에 해당하는 레이더,영상 및 초음파 센서 등이 장착된다. 차량 간 통신,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은 자동차의 '귀'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자동차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뇌' 기능도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운전자의 편의 제고는 물론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이 한층 강화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동차와 IT 융합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텔레매틱스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고 위험 등을 미리 예측해 안전도를 높이고,노면 상태나 교통량 등을 인지해 운전자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연료 절감 등 친환경 기술도 개발되고 있으며 물류 보험 홈네트워크 의료 등 타산업과 연계된 서비스를 위한 컨버전스 기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운전 중에 텔레매틱스로 홈네트워크에 연결,가스 밸브 잠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전기오븐을 가동시켜 식사 준비를 할 수도 있게 된다. 또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와 충돌할 위험이 있거나 졸음운전을 할 때,차선을 이탈했을 때 운전자에게 경고해준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도움말=권오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차량통신연구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