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장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도 크게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분석 가능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693개사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10조8479억원과 67조5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4.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959조2145억원,70조5116억원으로 증가율이 5.3%,4.3%에 그칠 전망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절대적 수치로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성장률 정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신용카드 버블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의 내년 실적 추정치는 향후 크게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운송장비(15.7%)나 전기전자(15.4%) 화학(12.0%)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이익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돼 실적 전망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순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금융업종의 실적 전망치도 최근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나 유동성 부족 문제를 감안할 때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순이익 증가율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년 상장사들의 순익은 59조6154억원으로 올해보다 21.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나 금리 등 기업 외적인 변수들에 따라 순익 전망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전망치가 함께 수정되고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커 보이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순이익 증가율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높다는 것은 기업의 핵심가치와 무관한 영업외수익의 이익 기여도가 높다는 의미여서 이익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