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졌던 지난 13일.수능이 끝나자마자 서울대는 '2010학년도 신입생 전형요강'을 발표했다. 골자는 정시 2단계에서 면접및 구술을 폐지하는 대신 수능 성적을 20%반영키로 했다는 것."까다롭게 출제되는 면접구술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서"라는게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50%인 학생부 비중과 30%인 논술 비중을 더 높일수 없다"며 "수능비중을 20%반영하는게 그나마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서울 한 외국어고 진학담당 교사의 해석은 달랐다. 그는 "서울대가 면접구술을 없앤 것은 특목고 학생을 유치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내신성적이 포함된 학생부 성적을 50% 반영하면 특목고 학생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수능성적을 20%라도 포함되면 특목고 학생들이 학생부 성적을 뒤집을 여지가 생긴다"는게 그의 해석이다.

결국 작년 수능성적이 전과목 1등급인 학생들을 대거 연고대 등 상위권 학교로 뺐긴 서울대가 이를 의식해 입시제도를 바꿨다는 분석이다. 얼마전 서울대가 수능성적 우수자를 선발하는 '수능우선선발제'를 도입하려다 무산된 상황이다보니 이런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다.

물론 수험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본고사 부활논란을 빚었던 면접구술을 없애기로 했다는 서울대의 설명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다. 설혹 일부 입시 전문가들의 해석대로 특목고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꼼수'가 내포돼 있다고 해도 무조건 비난만 할 수도 없다. 연세대 등 상당수 대학들이 '수능우선선발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학교에 뺏길수 없다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고려대가 수시 2-2전형에서 특목고 학생을 우대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다. 이번 수능이 어려워 수능점수에 따라 변별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울대의 특목고를 우대하는듯한 인상을 주는 입시제도 변경에 곱지않은 눈길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국립 서울대 너마저..."라는 한 일반고 학생의 혼잣말을 무심코 넘길수 없는 이유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