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경영진 임금을 삭감하고 해외 공장 일부를 통ㆍ폐합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도요타의 이번 비용절감 노력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 속도 내는 도요타


1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는 사내에 긴급수익개선위원회를 설치,내년 임원 임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임원들이 경영에 책임을 지는 한편 비용 절감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가 책정한 올해 임원들의 보수 및 상여금 총액은 작년보다 17% 증가한 39억2000만엔으로,임원 한 명당 평균 1억2200만엔이다.

도요타는 이와 함께 북미 대형 자동차공장 가동을 3개월간 중단하고 내년 3월까지 3000명을 감원키로 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일부 차종을 감산하는 한편 해외공장 통ㆍ폐합도 논의 중이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신문의 보도다.

도요타는 올해 영업이익이 6000억엔으로 작년보다 73.6%,매출은 23조엔으로 12.5%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99년 이후 9년 만의 하락세다. 지난 7~9월엔 순이익이 1398억엔으로 작년 동기(4508억6900만엔)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작년 2분기 5967억3700만엔에서 1694억7700만엔으로 급감했다.

◆판매 침체ㆍ엔화 급등이 원인

도요타의 구조조정 추진은 엔화 강세 및 미국 판매 침체에 따른 이익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도요타는 엔ㆍ달러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이 약 400억엔씩 줄어드는 구조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아서다. 특히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이 붕괴되면서 판매 수치가 뚝 떨어지고 있다.

도요타의 올 1~10월 미국 내 승용차 판매실적은 총 96만6774대로,작년 같은 기간의 101만1543대보다 4%(4만4769대) 줄었다. 문제는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적은 7만800대,10월엔 7% 적은 7만8161대가 각각 팔리는 데 그쳤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유가 급등과 신용 경색으로 미국 판매가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도요타는 중ㆍ소형차 위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 온 만큼 심각성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불경기 땐 연비가 좋고 값이 싼 중ㆍ소형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말까지 총 1만5000대를 감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국내 기업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희준 미래에셋 연구원은 "과거 오일쇼크 때 도요타가 미국에서 3%대 점유율을 깨고 급부상했던 전력이 있다"며 "원화가치 하락과 엔화 급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재 상황은 국내 기업엔 기회"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