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영역, 지문 대체로 평이…비문학 부문 까다로워
언어 영역은 작년 수준으로 대체적으로 평이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비문학 부문이 다소 까다로워 상위권과 중ㆍ하위권을 가를 전망이다. 듣기 쓰기 어휘ㆍ어법 등은 논리적인 사고를 평가하는 문제들이 출제돼 대체로 평이했다는 평가다. 읽기 지문도 '님의 침묵'(한용운) '박씨전'(고전 산문) 등 낯익은 지문들이 상당수 출제됐다. 반면 비문학 부문은 공룡 화석발자국 그림을 보여주고 해석하는 문제 등 까다로운 문제들이 나왔다.
서울 풍문여고 사은지양은 "지문은 비교적 평이했지만 30번대 비문학이 많이 까다로워 비문학이 변별력을 가를 것 같다"고 말했다. 임병욱 인창고 국어 교사는 "문학 지문으로는 김광규의 '나뭇잎 하나',김승옥의 '역사(力士)' 등이 약간 낯설었고 비문학은 교과서에서 출제되지 않고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나왔다"며 "특히 신연극 지문을 학생들이 어려워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실장은 "출제위원들은 언어 영역을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하지만 사실 작년에 비해 약간 어려운 수준"이라며 "작년에는 원점수의 1등급 커트라인이 91점이었는데 올해는 89점에서 90점으로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언어 영역의 체감 난이도가 조금 높아진 이유는 지문은 평이했지만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틀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풀 때는 쉽게 풀었지만 막상 답을 맞춰 보면 오답이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수리영역, 난이도 작년보다 높아져… '가' 형 상위권도 부담
수리 영역은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수능 체제가 지난해 '등급제'에서 올해부터 다시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 '점수제'로 환원됨에 따라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비교적 쉽게 출제됐던 '가형'을 올해 어렵게 출제했다고 교육과정평가원 측은 설명했다. '나형'도 가형보다는 쉬웠지만 지문이 길고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항이 다수 출제돼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수리 '가형'에서는 몇 개의 관계식을 통합적으로 정리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2문항 출제돼 상위권 학생들도 어려움을 느꼈다. '나형'에서도 행렬의 추론력,최단 경로의 수,표본의 분포 등을 다룬 문제에서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적용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았다. 유병화 비타에듀 평가이사는 "수리 영역에서 중위권 학생들은 매우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며 "상위권에서도 체감 난이도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모의고사에서 1~2등급을 받았다는 서울 반포고 김경민군은 "심화 미ㆍ적분 문제가 어려웠다"며 "학생들끼리 쉬는 시간에 가채점을 해 봤는데 다들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6월이나 9월 모의고사보다는 다소 쉬웠다는 평도 있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은 "지난 9월 모의고사와 비교하면 약간 쉽게 출제됐다"며 "수능 대비를 해 온 학생들은 충분히 풀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단대부고 강동혁군은 "정보량 개념을 가져와서 로그와 확률로 푸는 게 어려웠지만 풀지 못할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외국어영역, 듣기ㆍ읽기 등 새로운 문제유형 많아져
외국어 영역 역시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듣기 평가에서는'지불금액 고르기' 등 다양한 유형이 출제된 데다 말소리가 빨라지고 혼동을 줄 수 있는 발음이 많이 나와 혼란을 겪은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읽기에서도 지문이 길게 출제되고 어휘 수준이 다소 높아져 중ㆍ하위권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상위권도 평소 접하지 못한 문제 유형이 나와 당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순서 배열과 내용 일치 등을 묻는 장문 독해는 풀기가 까다로웠다.
다만 문법은 형용사와 부사의 쓰임,분사 동명사의 용법 등 익숙한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말하기도 예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평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진영성 비상에듀 평가이사는 "빈 칸 어휘 문제는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경향에 따라 어렵게 출제됐다"며 "어렵게 출제된 지난 9월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학생들도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 서초고 서일현군도 "평소 지문에서 쓰이지 않던 단어들이 나와 해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한영고 김운 교사는 "난이도와 문제 유형이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지난 9월 모의 수능을 잘 치렀던 학생에게는 특별히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수생 박소형씨도 "하위권이 풀기에는 난해한 문제들이 많았지만 상위권의 경우 한두 문제 정도에서 편차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탐구영역, 작년과 비슷한 수준 … 과목별 편차 여전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부 과목에서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돼 과목별 편차가 여전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탐구의 경우 한국지리,법과 사회 등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쉬웠고 한국근현대사는 지난해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입시기관들은 분석했다. 시험감독을 했던 정의여고 이영환 교사는 "사회탐구는 대체로 평이했고 특별한 유형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답안지를 걷을 때 학생들의 표정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재수생 안병권씨도 "사회탐구만큼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일부 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현 스카이에듀 강사는 "사회탐구는 이번 수능에서도 교과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며 "한국지리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했다.
과학탐구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화학Ⅱ 과목이 다소 어려웠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서울 반포고 김민형군은 "화학Ⅰ과 생물Ⅰ의 경우 문제가 애매하지 않고 명확해 전반적으로 정답을 쉽게 고를 수 있었다"며 "무난하게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메가스터디 이석록 입시평가연구소장은 "과학탐구Ⅰ과목들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과학탐구Ⅱ 과목들은 대부분 약간 어려웠다"며 "과목 간 편차가 여전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계 고교생들이 많이 보는 직업탐구는 지난해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태웅/성선화 기자 redael@hankyung.com채상원/양승석/하경환/김주영 인턴(한국외대)
[ 2009수능 문제와 정답 확인 ]
▶2009수능 1교시 언어영역 정답 확인
▶2009수능 2교시 수리영역 정답 확인
▶2009수능 3교시 외국어영역 정답 확인
▶2009수능 4교시 탐구영역 정답 확인
▶2009수능 5교시 제2외국어ㆍ 한문영역 정답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