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남에 따라 단독 명의의 고가 주택을 배우자 공동 명의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9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고 세율도 낮아질 경우 공시가격 15억원 정도의 주택을 단독 명의로 보유한 사람은 명의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 종합부동산세율이 낮아진 데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만 부과하기 때문에 종부세 과세 금액이 많지 않은 반면 취득.등록세와 증여세 부담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은 종부세가 아예 면제되므로 공동 명의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반면 종부세법의 과세구간이나 세율 등이 현행대로 유지되는 경우 10억원이 넘는 주택을 4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있다면 부부간 증여를 통해 공동 명의로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세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배우자 증여 시 발생하는 취득.등록세와 증여세 부담이 연간 납부해야 하는 종부세의 4배 정도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단독 명의 주택 가격이 15억원인 경우 이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총 증여 비용은 4900만원 정도 된다. 주택의 절반을 증여하면 증여액은 7억5000만원으로 이 중 6억원은 면세되기 때문에 1억5000만원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증여액이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일 때는 20%의 세율이 부과되지만 누진공제 1000만원을 적용받기 때문에 2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여기에 15% 세액공제(감액)가 가능하기 때문에 증여세는 1700만원이다.

배우자의 부동산 취득에 따른 취득세가 2.2%，등록세가 1.8% 부과되기 때문에 7억5000만원에 대해 4%인 3000만원을 취득.등록세로 내야 한다. 법무사 수수료 등 절차상 비용도 200만원 정도 들어간다. 따라서 총 증여 비용은 4900만원 정도다.

반면 종부세는 6억원 이상에 대해 부과되므로 과세 대상은 시가 15억원에서 6억원을 뺀 9억원이 된다. 올해 부과되는 종부세는 1080만원이다. 여기에 농어촌 특별세 20%가 붙기 때문에 연간 내야 하는 종부세 관련 세금은 1296만원이다. 따라서 4년 정도(정확히 3.78년) 낼 종부세로 증여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