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헤지펀드 자산이 고객들의 환매 등으로 지난 10월 한 달 새 1000억달러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헤지펀드 정보제공 업체인 유레카헤지가 전 세계 2000여개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중 600억달러는 고객의 환매 요구로,나머지 400억달러는 증시 급락에 따른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3분기 말 현재 헤지펀드들의 전체 설정 잔액은 2조4970억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환매 압력에 직면한 헤지펀드들이 대거 주식을 매도함에 따라 지난달 글로벌 증시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0월 미국의 다우지수는 14%,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7% 하락했다. 파생상품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BNY멜런자산운용의 테드 베렌블럼은 "투자자들의 환매 외에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디레버리지(대출금 회수)에 나선 것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10월 한 달간 헤지펀드들은 평균 3.3%의 손실을 보여 같은 기간 선진 증시를 포함하는 MSCI월드지수의 하락률(19%)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헤지펀드의 56%가 지난달에 손실을 입었다고 응답했다.

도쿄의 헤지펀드 조사업체인 구사노 글로벌 프런티어의 구사노 도요미 회장은 "헤지펀드 산업의 퇴조기는 앞으로 최소한 6개월 이상 계속될 것"이라며 손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들이 연말 결산을 위해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한국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의 외국계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