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국민권익위 대변인>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부정을 저지르겠는가?" 한 조사업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했더니 대상자의 17%가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일반인 14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의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절반이 부패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보는 한국의 청렴 수준은 어떤가. 얼마 전 국제투명성기구(T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청렴도(CPI)는 올해 180개 조사 대상 국가 중 40위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1999년 3.8점으로 바닥을 친 후 매년 개선되기 시작해 이번에 5.6점을 기록했다. 점수 기준으로는 1994년 조사 이래 최고치다. 보고서는 개선된 이유로 '공공부문의 윤리와 반부패 실천의 진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청렴도가 아직 40등이란 부끄러운 수치.국제사회는 이처럼 청렴경쟁력이 낮은 이유로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을 많이 지적한다.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정치경쟁력이 50위권으로 뒤처져 있다는 한 보고서가 이를 잘 말해준다.

부패 방지 정책을 집행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진정한 청렴 선진국 진입을 위해 부패라는 사악한 질병에 걸리지 않게 다양한 면역정책을 수립,전개하고 있다. 교통영향평가처럼 부패 유발 요인이 우려되는 인·허가 법령과 제도를 고치고 엄정한 부패 처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공직사회에 청렴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부패 행위 신고 시 최고 20억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세계 초유의 신고자 보호 조항도 강화했다.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저변이 스스로 깨끗해지려는 인식 변화와 실천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감옥 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민도(民度)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잘된 금과옥조(金科玉條)도 소용없다. 부패하면 처벌받는다는 윤리교육,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온정·연고주의 문화 청산 같은 정신 개조 운동이 각계에서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