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세티 프리미어는 국산차인가 수입차인가. 라세티 프리미어를 처음 봤을 때 얼핏 들었던 생각이다.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가 전량 군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GM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전략 차종이다. 라세티 프리미어의 기본 구조(델타 아키텍처)는 유럽 GM에서 도입됐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동급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차체 길이(전장)가 4600㎜,전폭(너비)이 1790㎜에 달한다. 준중형급이지만 중형 차량의 분위기를 풍겼다. 김태완 디자인담당 부사장은 "라세티 프리미어는 단순한 진화가 아닌 혁신적인 진보를 통해 GM과 GM대우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라세티 프리미어 전면의 대형 전조등은 날렵하고 역동적이었다. 차량 좌우측 옆면을 감싸고 올라가는 전조등 상단 곡선도 일품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단 에어댐에 적용된 일체형 디자인은 라세티 프리미어를 강인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만들었다.

실내는 4~5명이 충분히 앉을 정도로 넉넉했다. 축거(앞뒤 바퀴 간 거리)가 2685㎜로 동급 최대여서다. 센터페시아(오디오가 있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를 중심으로 한 운전석과 조수석이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케 했다. 좌우 대칭으로 설계된 운전자 중심의 '듀얼 콕핏' 디자인이 적용된 때문이다.

라세티 프리미어의 시동을 걸기 위해서 키를 꽂을 필요는 없었다. 준중형급 답지 않게 버튼시동 스마트키가 적용됐다. 엔진은 1600㏄ DOHC 에코텍III.가속페달을 밟으니 속도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동급 모델 최초로 적용된 첨단 하이드로매틱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했다. 특히 고속보다 저속에서 주행감이 탁월했다. 특별히 충격 및 진동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았다. 고강성 전륜 맥퍼슨 스트러트 서스펜션 덕분이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안정성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GM의 야심작인 만큼 승객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후문이다. 차체에 초고장력 강판을 64% 이상 적용,세계 최고 수준의 충격 안전성 및 측면 충돌 보호 능력을 보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문짝 두께가 160㎜로 동급 모델 중 가장 두껍다. 차체 주요 부위에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용접 부위 분리현상을 방지하는 등 차제구조를 유지토록 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 보호를 고려한 전면부 설계로 차량 충돌 때 엔진 블록에 의한 보행자의 2차 상해를 최소화했다.

라세티 프리미어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다양한 편의장치가 갖춰져 있다. 원격 감지 거리가 30m인 리모트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을 비롯 전원 유지장치(시동키를 뺀 뒤에도 10분간 전원을 유지시키는 장치),HVAC 항균필터,5인치 디스플레이 액정 화면,속도 감응식 오디오 음량 조절장치,앞유리 습기 자동 제어장치 등이 그것이다.

가격은 SE 일반형이 1155만원(이하 수동변속기 기준),고급형 1205만원,SX 일반형 1372만원,고급형 1442만원,CDX 일반형 1455만원,고급형 1605만원 등이다. 6단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면 165만원이 추가된다. 다만 시승 내내 차체가 다소 무겁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동급 최대 크기지만 배기량이 1600㏄에 불과해 가속 주행 때 버거워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시속 80㎞를 넘으면 추가 가속 때 소음 및 진동이 일시에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편의장비를 많이 장책해 공차 중량(약 1.3t)이 늘었기 때문이다. 경쟁 모델보다 100~200㎏ 무거운 편이다. 연비 역시 ℓ당 13.0㎞(자동변속기 장착 모델 기준)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