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 책은 필요한가. 누구나 한번쯤 품어보는 의문이다. 그러나 상상력을 키우는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사람은 자신의 상상속에 갇힌 존재라고 하는데 상상이 없다면 새로운 세계를 그리기가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하고,창의력을 키우고,지혜를 넓히는 데도 책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책은 더욱 소중하다. 아이들에게 책은 보고,만지고,생각할 수 있는 놀잇감이나 마찬가지다. 따뜻하고 다정한 인성도 그림책이나 소리책,이야기책에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은 바로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 아래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길러주자는 캠페인이다. 이 운동은 1992년 영국의 한 소도시 도서관 사서였던 웬디 쿨링씨의 아이디어로 출발됐는데,가장 먼저 실천에 옮긴 곳은 버밍햄의 아들리 그린메디컬센터였다. 여기에서 검진을 받은 생후 7~9개월이 된 유아가 이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부모에게 그림책과 독서요령이 든 보물상자를 선물했다. 이 그림책은 촉감이 좋고,흔들면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책은 재미난 것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북스타트 운동으로 책을 접한 아이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읽고,쓰고,수치를 계산하는 능력이 앞서자,이 운동은 영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갔다. 이제는 전 세계 15개국에서 북스타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북스타트 운동은 지난 2003년부터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제는 전국으로 확산돼 북스타트코리아는 내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전국대회를 연다. 지자체 간의 정보교류와 성공사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북스타트는 아이가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더러 부모에게는 아이 눈높이에서 어떻게 사랑을 전하고 소통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책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받는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