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에 휘발유 8000원어치를 채우면 한 달은 족히 써요. 유지비가 저렴하면서도 스릴까지 느낄 수 있으니 금상첨화지요. "

르노삼성자동차 홍보팀의 한 달차 새내기 직장인 이유민씨(22)는 매일 아침 자신의 오토바이인 '카빙 SYM'을 타고 출근한다. 자택인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서 사무실이 있는 남대문로까지는 오토바이로 불과 5분 걸린다. 택시를 타도 기본요금만 내면 되는 부담없는 거리지만 이씨가 오토바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짧은 시간이나마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장과 구두를 따로 챙겨가 회사 화장실에서 갈아 입어야 하고,헬멧 때문에 머리가 헝클어지는 불편이 있지만 큰 문제가 아니다.

갸름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구의 이씨는 발레리나를 연상케 하는 여성스런 외모와 달리 남성적인 열정이 철철 넘친다. 그녀의 취미는 모터사이클을 비롯해 권투,무에타이,승마,스케이트 보드,번지점프,카레이싱,제트스키 등이다. 웬만한 장정들도 엄두를 내기 힘든 거칠고 위험한 스포츠들이다.

권투대회에 출전해 상까지 받았다. 지난해 3월 열린 '서울 아마추어 신인대회'에서 밴텀급 여자부문 3위를 차지했다. 취업 준비에 한창 분주할 대학교 4학년 신분으로 과감하게 권투에 도전한 그녀는 정강이 뼈에 작은 금이 갈 정도로 훈련에 몰입했다.

이씨의 남다른 이력은 취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월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르노삼성 인사팀 인턴으로 입사했다가 이례적으로 홍보팀 정식 사원으로 특채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남다른 개성과 독특한 이력을 높게 평가받은 덕분이다.

이씨는 "시끌벅적하고 자유분방한 홍보팀 분위기가 성격과 잘 맞는 것 같다"며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위해 때로는 거짓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던 홍보팀이 의외로 정직하게 운영되는 모습에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그녀에겐 최근 또 하나의 도전 과제가 생겼다.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이씨는 "자동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정비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지식은 일천하다"며 "퇴근 후 24시간 운영하는 정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깨너머로 나마 정비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