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어떻게…미국ㆍ싱가로프서도 홍역

펀드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들과 금융회사 간 갈등은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홍콩은 투자원금을 배상토록 했으며,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선 투자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일부에선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펀드 판매를 둘러싼 글로벌 분쟁의 중심엔 지난 9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두 달 가까이 흘렀지만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리먼브러더스 관련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세계 각국 투자자들이 상품 가입을 권했던 은행들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9일 리먼브러더스의 채권파생상품인 '미니본드'를 매입했던 홍콩 투자자 800여명이 거리로 나와 촛불시위를 벌이며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들에 손실 배상을 요구했다. '홍콩 리먼브러더스 관련 피해자들의 모임' 회장인 피터 찬씨는 "리먼브러더스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들로선 천재지변과도 같은 일"이라며 "은행들이 미니본드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은행업계에 따르면 미니본드를 사들인 홍콩 투자자들은 약 4만3700명이며,이들의 투자금액은 모두 157억홍콩달러(약 2조7004억원)에 달한다. 홍콩 정부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지난달 말 은행들에 미니본드 재매입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지급토록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 대부분이 이자배상까지 함께 요구하며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약 1만명의 투자자들이 리먼브러더스의 미니본드로 인해 3억3800만달러(약 4495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투자자 500여명이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문제삼으며 정부에 대해 손실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에선 채권에 투자한 은퇴자들이 리먼브러더스 관련 상품의 불완전판매로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통신은 UBS미국법인이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했던 채권 판매 관련 손실로 고객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UBS는 65세 이상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100% 원금보장과 안정적 수익을 광고하면서 총 10억달러 규모의 구조화채권을 팔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 채권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됨에 따라 채권 매입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