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반등장에서 외국인 매도와 프로그램 매수 간 기 싸움이 치열하다. 기관투자가의 주식 매수 여력이 떨어져 프로그램(차익) 매수가 끊임없이 매물을 내놓는 외국인에 유일하게 맞서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차익 프로그램 매매는 고평가된 선물을 매도함과 동시에 현물(주식)을 사들인 후 현물과 선물가격 차이인 시장 베이시스가 축소될 경우 반대매매(선물 매수ㆍ현물 매도)를 통해 무위험 수익을 챙기는 거래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13일 옵션 만기일에 일정 부분의 프로그램 차익거래 청산이 예상되는 데다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매수 규모도 크지 않아 앞으로 외국인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일 증시에서는 외국인 매도 물량이 오후 들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매수를 압도해 코스피지수가 23.73포인트 떨어진 1128.73으로 마감했다. 중국과 홍콩 증시가 오후 들어 내림세로 반전한 것도 장세를 위축시켰다.
코스피지수는 개장 초 40포인트 가까이 밀리며 1110선이 무너질 위기로 몰리다 차익 프로그램 매수가 '구원군'으로 나서면서 한때 상승세로 반전하기도 했으나 외국인 매물이 늘어나면서 3일 만에 하락했다. 외국인은 1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차익 프로그램 순매수는 2312억원에 달한 반면 선물과 무관한 비차익 거래는 16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7조5000억원을 넘어 지난달 22일 이후 최고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개인과 증권사가 선물을 사들이면서 시장 베이시스를 1 이상으로 벌려 차익 프로그램이 들어왔지만 외국인 매물에 밀렸다"고 설명했다.
이날처럼 외국인과 차익 프로그램 매매가 극명히 엇갈린 적은 이달 들어 7거래일 중 4일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틀은 외국인 매물에 못 견뎌 지수가 하락한 반면 나머지 이틀은 프로그램 덕분에 상승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91억원에 그치며 시장을 관망한 지난 10일은 프로그램 순매수가 지수 상승폭을 키웠다.
최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 1100선 위에서는 연기금의 매매가 크게 줄어들며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옵션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프로그램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최근 유입된 차익 순매수는 합성선물(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과 연관된 것으로 보여 이 부분은 이번 만기일에 청산될 것"이라며 "오늘처럼 외국인 매도가 나오면 프로그램 매수가 끝까지 막아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도 "과거 사례를 볼 때 옵션 만기일이 임박한 시점에 유입된 차익 순매수는 대부분 만기일에 청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2000억원 정도는 만기일에 청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 베이시스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고 해도 추가로 유입될 차익 매수 여력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 수석 연구위원은 "차익 프로그램 순매수 누적 추이를 통해 추정해 보면 2000억원 정도만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옵션 만기일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문서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만기일에도 차익 매도와 비차익 매수가 맞서는 수급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아져 비차익 매수가 유입되면서 수급 부담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도 "올 예상 배당수익률은 2.2% 정도로 작년보다 0.7%포인트 높다"며 "인덱스펀드나 배당펀드 등에서 연말 배당을 노린 비차익 매수가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