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쿠플랜드가 'X세대(Generation X)'라는 소설을 발표한 시기는 1991년이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3명의 20대 주인공들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지만,출세나 가족,돈에는 관심이 없다. 미래는 암울하다고 생각하며 팜스프링스에서 여가를 즐길 뿐이다.

이 소설 이후로 1971년에서 1984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가 떠올라 베이비 붐 세대와 구분됐다. 이들 X세대의 특징은 개성화(Personal),즐거움(Amusement),자연에 대한 강한 욕구(Natural),나이나 성의 구분을 거부(Trans-boarder),서비스에서 하이터치(Service)를 추구한다 해서,영문 머리글자를 따 '팬츠(PANTS)'로 불리기도 했다.

이들 X세대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을 냈다. 블로그나 인터넷,휴대전화,유튜브 등을 통해 오바마의 정치적 메시지를 유포하는가 하면,자신들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선거전에서 지상군 역할을 하며 오바마 당선의 견인차 노릇을 한 것이다. 오바마가 당선 직후,가장 먼저 감사인사를 올린 대상도 X세대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시절의 우리 네티즌들을 연상케 한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승리를 일구어 낸 이들 지지자들을 'O세대(Generation O)'라고 새롭게 지칭하며 O세대들의 시대를 예언하고 나섰다. 오바마 역시 베이비 붐의 끝자락 세대여서 O세대와 호흡이 더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이고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는 X세대의 주류 정치편입은 어쩌면 모순인 듯도 하다. 그러나 이미 기성 정치인이 되어 버린 베이비 붐 세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반사적으로 X세대의 역할은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O세대로 명명된 X세대가 진보와 보수,좌파와 우파로 갈린 워싱턴의 정치 무대에서 과연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