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다. 각종 부담금 징수액이 지난 6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권은 또 실물경제 위기에 대비,단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9일 "참여정부가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마구잡이로 올리면서 기업과 서민을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며 "강력한 부담금 정비를 통해 감세와 규제 완화를 뒷받침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책위 관계자는 "부담금이 총사업의 2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개발 인ㆍ허가 조건으로 도로 교통시설물 학교 공원 등을 기부채납하도록 과도하게 요구해 개발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임 의장은 "실물경제 위축을 차단하려면 수도권 규제 완화,감세,재정지출을 통한 투자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며 "각종 부담금의 통폐합과 조세나 과태료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현재 101개인 부담금의 존립 근거를 전수조사해 폐지할 필요가 있는 것들은 과감히 손댈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아울러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위기 조짐을 보일 경우 본격적인 부실 징후가 나타나기 이전이라도 자금을 투입,구조조정 등에 나설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임 의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를 보면 금융기관,기업들의 부실 징후가 나타나서야 조치를 취했고 모든 법제도 그렇게 돼 있다"며 "하지만 실물경제의 위기가 감지되는 현 시점에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위나 금감원에 제도를 검토하라고 주문한 상태"라고 말했다.

당 정책위에서는 과거 영국ㆍ일본 등에서 시행했던 '단기신용공여'(유동성 위기시 곧바로 자금 지원) 제도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