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명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다.

뉴욕주 상원의원인 힐러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피를 말리는 사투를 벌였다가 석패했다.

그러나 그의 패배는 미국 여성정치인의 대권도전사에 새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 시대에 힐러리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바마가 힐러리 열혈 지지자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부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가 8월말 민주당의 덴버 전당대회에서 오바마에게 막판 지지를 몰아주고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종반 선거유세에 가세, 뒷심을 보태준 것 역시 오바마가 되갚아줘야 할 빚이다.

비단 논공행상 차원이 아니라 흑인출신으로 국가경영에 나서려면 힐러리와 같은 영향력있는 정치인의 지원사격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힐러리의 향후 거취에 쏠린 관심중 하나다.

먼저 힐러리가 뉴욕주 상원이라는 `본업'으로 조용히 복귀하는 일이다.

6년 임기가운데 2년을 남겨놓고 상원에 귀환하는 힐러리가 본업에 충실할지, 아니면 더 큰 역할을 위해 후일을 도모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상원의원에 복귀하더라도 2년 임기를 채운 뒤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이 때는 오바마가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와도 겹친다.

통상 대통령 집권 2년부터 차기 대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힐러리가 오바마와의 `리턴매치'에 시동을 걸 수도 있다.

힐러리의 나이가 61세라는 점은 차차기는 너무 늦고 차기에 승부수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힐러리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아 대권에 재도전하길 바라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힐러리가 상원으로 돌아가면 내년 1월 새로 구성될 상원에서 원내대표를 맡지 않겠느냐는 보다 더 현실적인 얘기도 회자된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56석 정도를 확보, 과반정당으로 몸집을 불리게 되는데 맞춰 위상과 권한이 강화될 상원 원내대표 자리에는 힐러리가 제격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힐러리가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방대법관 카드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힐러리 입장에서는 100명 중에 한 명에 지나지 않는 상원의원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종신제에다 국가적인 위상을 갖춘 연방대법관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힐러리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곁에서 행정부의 일처리를 지켜봤고, 변호사로 활동했던 적이 있는 만큼 부통령 자리에 안주하기 보다는 국가의 미래 진로를 제시하는데 더 비중이 있는 대법관 자리가 격에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힐러리는 대선 직전 이뤄진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차기 대권도전, 연방대법관, 상원 원내대표 가능성을 모두 부인한 바 있다.

힐러리는 "그냥 상원의원으로 남겠다"고 말했지만, 만일 오바마가 특별한 자리를 정중히 권유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유리천장에 1억8천만개의 금을 낸 여장부 힐러리. 오바마 시대에 힐러리의 착지점에 시선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