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비롯 미국 메릴랜드와 샌디에이고,영국 케임브리지,싱가포르 등은 대표적인 바이오 산업단지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국가 차원에서의 바이오산업단지인 이른바 클러스터(Cluster) 조성을 통해 산·학·연·관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 국립보건원 등 15개 국가연구소와 셀레라지노믹스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스페이스 등 350여개 기업,대학 등이 몰려 있어 세계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통한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모든 연구역량을 동원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개발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 사업화하기 위해 바이오 클러스터를 그 발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도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국내 바이오기업의 영세성과 기술력 부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주요 지역에 10여개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이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대부분 클러스터들이 관련 분야와 긴밀한 연계체제를 갖추지 못해 기술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자금과 법률 및 행정서비스 등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처럼 클러스터가 바이오산업의 핵심기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공사에 들어간 지 5년여 만에 총 사업비 3789억원을 들여 최근 충북 청원에 준공한 463만㎡ 규모의 오송생명과학단지에 거는 기대가 각별한 것도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다. 오송단지는 국내 첫 바이오전문 국가산업단지로 규모 면에서 국제적인 클러스터들과 경쟁하는 데 손색이 전혀 없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6개 국책기관을 비롯 인체자원중앙은행 등 연구지원시설,고려대 생명공학연구원,국립노화종합연구소,54개 국내 대기업과 미국 티슈진 등 4개 외국기업,70여개 벤처기업 등이 입주함으로써 산·학·연·관의 협력체제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바이오단지 외에 장기적으로 첨단 의료복합단지로 특화되는 '제2생명과학단지' 등도 추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송단지가 국내 바이오산업의 요람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정부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자금을 확보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메릴랜드나 싱가포르처럼 의료 등 연관분야의 클러스터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바이오 분야는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이다. 하지만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보장되지 않고는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따라서 정부와 대학,연구소,기업 간 정보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상호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기회에 오송단지가 'BT 강국'을 실현하는 전진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규제 철폐 등 갖가지 지원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