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리첸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大 총장 >

"한국과 유럽이 원-유로화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

1989년부터 1998년까지 네덜란드 교육부장관을 지내고 이후 2003년까지 세계은행(IBRD) 부총재를 지낸 세계적 경제학자인 요 리첸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총장은 6일 오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300억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세계 2위 통화인 유로화와도 통화 스와프협정을 체결할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첸 총장은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비롯해 경제 공조 체제가 잘 형성돼 있는 반면 유럽과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한국과 유럽이 통화 스와프협정을 체결한다면 관계를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며 이는 유럽연합(EU)에서도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첸 총장은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헤지펀드 △복잡한 투자 구조의 연결고리를 꼽았다. "자산가격의 100% 이상을 대출해 주는 서브프라임과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지렛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던 헤지펀드는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호황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호황이 멈추는 순간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 마스트리히트 대학에서 200여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세계기구와 경제위기' 수업을 하며 이대로 가면 2008년 중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밝았다. 그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1997년 한국이 겪었던 외환위기보다 수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서브프라임과 헤지펀드,복잡한 투자구조 등 3가지 위기의 원인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리첸 총장은 "1997년 한국의 위기는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인한 통화의 위기였지만 지금은 은행의 위기와 통화의 위기가 혼합된 것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그가 말하는 은행의 위기는 A은행이 B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기업·개인에게 대출을 해 통화규모가 실물경제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은행의 위기가 확대되지 않도록 하려면 은행 간 대출비율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통화의 측면에선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 지위가 훨씬 강해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한국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고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던 것과 관련, "한국은 지금 평가절하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불황 극복의 시점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물었다. 리첸 총장은 "예측은 쉽지 않지만 1870년 이후 140년간 세계 경제에 위기가 모두 63번 찾아왔는데 평균 지속기간이 3.2년이었다"고만 답했다. 5년 이상 장기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의 신중한 답변이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