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종합연구소 회장

'동북아 인재육성 고리'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이 힘을 합쳐 동북아판 브루킹스연구소(미국)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영국) 같은 싱크탱크를 세우자는 말이다. 이 싱크탱크를 기반으로 동북아 인재들이 활발한 협력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북아에는 환경 문제와 관련된 공동 연구의 장이 거의 없다. 또 유럽에선 우주연구 항공기개발 등을 주요국이 함께 추진하는 데 비해 아시아에서는 각국이 이런 연구와 개발을 독자적으로 벌이고 있다. 단순히 선언성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각국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동북아 공동의 인재 육성 전략이 필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지난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3%를 담당했지만,여러 국제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이 비중이 50%에 달할 전망이다.

아시아의 부상은 냉전 붕괴 후 글로벌 유일 강대국이었던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전원 참여형의 새로운 질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미국이 중심이 돼 세계질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미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뉴욕 월스트리트로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여 실력 이상의 과잉소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달러의 세계경제 독점 지배가 흔들리고 있다.

대신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해 싸우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사회가 미국 중심에서 다극화를 넘어 무극화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오픈 마인드'를 갖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유명 MBA(경영학석사)와 로스쿨을 마친 사람이나 금융공학 전문가가 글로벌 인재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열린 자세로 사물을 보는 눈과 균형 잡힌 지식을 갖추고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는 인재가 중요하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