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3천만달러에 싱가포르 해안 고속도로 구간 공사 따내
미터(m)당 공사비만 8억2천만원...까다로운 기술력 요구


쌍용건설(회장 김석준)이 국내건설사가 올들어 수주한 해외토목공사 가운데 최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Marina Coastal Expressway) 482공구’를 미화 6억3,300만 달러(한화 약 8,200억원)에 단독 수주했다고 3일 밝혔다.

쌍용건설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디자인 및 빌드 (Design & Build) 방식으로 수주한 이 프로젝트는 지하 고속도로 (0.56km)와 지하 진입도로 (0.44km) 등 총 연장 1㎞, 왕복 10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공사기간은 약 56개월이며 오는 2013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업규모에 비해 공사금액이 큰 것이 눈길을 끈다. 1m당 공사비는 약 8억2천만원으로 국내 최고인 성남판교지구 8차선 지하도로의 1m 당 공사비 7천 2백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이상 비싼 금액이다.

쌍용건설은 이에대해 “불안정한 매립지 지하에 최고 난이도의 각종 최첨단 공법을사용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고속도로 공사에는 지표면 15m 아래에 시멘트를 고압 분사해서 약 9만㎡ (45mX2,000m) 넓이에 5~10m 깊이의 견고한 구조체를 만드는 JGP (Jet Grouted Pile) 공법이 적용된다. 직경 2m 파일 (Drilled shafts, 현장타설말뚝)도 무려 1,100여 개나 설치된다.

또한 고속도로 아래로 지하철이 교차 개통될 예정이어서 도로 시공과 함께 4~5m 아래에 약 300m 길이의 박스(Box)형 터널 구조체를 미리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기술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경쟁사가 최저가를 제출했지만 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가격 보다는 기술력이 우선시된 까다로운 프로젝트였다”며 “향후 사회기반시설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싱가포르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는 2020년까지 미화 400억 달러를 투입해 도로, 지하철 등 인프라 시설을 확충할 계획인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Land Transport Authority)이 추진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지난 7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 쌍용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913공구)의 각종 첨단 공법에 대해 직접 설명한 김석준 회장에게 마리나 고속도로 공사 입찰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은 1980년 싱가포르에 진출한 이래 총 34건 미화 약 37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으며, 현재는 이번 공사를 포함해서 총 3건 14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이번에 수주한 해안 고속도로 공사현장 근처에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을 미화 6억 8,600만 달러에 단독 수주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건설도 이날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483공구에 0.95km의 지하 고속도로와 환기빌딩 1개동을 건설하는 공사를 4억9,00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대림산업이 487공구를 약 5억 달러 규모에 수주해 현재까지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공사의 시공사가 확정된 4개 공구 중 3개 공구를 국내 건설사가 싹쓸이 한 셈이다.


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