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英총리 "IMF 구제기금 지원" 요청
사우디 중앙은행 부총재 "자금 지원하겠다"

금융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세계경제에 중동 산유국들이 새로운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의 고위관료나 재계 거물들도 잇따라 중동을 방문해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동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 1일과 2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을 방문, 중동 산유국들이 글
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확충 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브라운 총리는 1일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중동 국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의 고유가로 1조달러의 오일머니를 벌어들였다"며 "금융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이제 산유국들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총리는 특히 "중동 산유국들이 IMF 구제기금 확충에 수천억달러를 제공하길 바란다"며 "내 생각으로는 사우디가 지원에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는 3일 구제금융을 위한 자금 고갈 위기에 처한 IMF의 자금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 중앙은행의 모하메드 알 자세르 부총재는 이날 아테네 소재 그리스 중앙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우디 국왕과 정부 관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집단적으로 극복하려는 어떤 제안에도 동참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러한 뜻을 내비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브라운 총리는 2일에는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타니 카타르 총리와 회담을 갖고 카타르도 IMF 구제기금 확충에 나서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알타니 총리는 "우리도 세계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참할 것"이라며 공조의 뜻을 내비쳤다.

브라운 총리가 이처럼 중동 산유국에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은 최근 금융위기가 증폭되면서 IMF가 자금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최근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헝가리 우크라이나 아이슬란드 등을 지원하면서 300억달러 가량을 쏟아부었다. 현재 IMF가 갖고 있는 자금 규모는 총 1700억~1800억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같이 경제 규모가 큰 국가를 지원하기에는 IMF의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우려로 최근 서방 선진국 지도자들이 중국이나 중동 산유국과 같이 현금이 풍부한 국가들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동 국부펀드 규모는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동 산유국들이 IMF에 선뜻 주머니를 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