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전문가 진단] 스티븐 로치 회장 "美3년간 年1.5% 저성장 그칠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기업투자 유인할 부양책 써야"
"거품이 붕괴하고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때는 금리인하만으로 침체 국면에 빠져든 경기를 회복시킬 수 없다. 미국 정부가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부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 그동안 미국발 세계경제 침체를 지적해온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거품 붕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미국 경기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정부가 직접적인 수요 확충보다는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외환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미국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
"현재 미국의 경기는 주택시장 붕괴로 빚어진 얕은 단계의 침체에서 개인소비 위축이 심화되면서 보다 심각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6%였다. 지난해 개인소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2%에 달했다. 소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주택시장의 12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4년 동안 연평균 4% 증가했던 개인소비는 앞으로 3∼4년 동안 증가율이 1∼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그렇다면 언제쯤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 국면에 들어설 수 있나.
"앞으로 3년 동안 미국 GDP 성장률은 연평균 1.5%에 그칠 것이다. 예전 같은 탄력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소비가 살아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구조에 비춰볼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2007년 중반까지 4년6개월 동안 지속됐던 5%에 달하는 세계경제 고성장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내년 세계경제는 2.5% 성장에 그치고 2010∼2012년 3.5∼4.0% 정도로 회복할 것으로 본다. "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공격적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 등은 금융시장에 잠재된 리스크를 줄이는 양적인 조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업어음(CP) 매입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에 대한 자본 투입과 금융사의 부실 자산 매입은 신용경색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실물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기하강 압력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통령선거 직후 경기부양책이 마련될 수 있지만 광범위한 소비 수요를 자극할 정도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한 미 정부의 정책은 무엇인가.
"소비 수요를 살리기 위한 직접적인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는 광란적인 과소비를 영속화시켜 미국을 더 큰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다. 미국은 낮은 저축과 자산의존적 소비,엄청난 가계 빚의 수렁에 빠져 있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부양책을 마련해 수요를 촉발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또 실업자에 대한 소득 보전과 집값 하락으로 주택 가격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금을 밑도는 가구주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 "
―대공황 때와 달리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조를 통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고 있는 만큼 경기하강 압력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경기 후퇴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이다. 거품 붕괴로 경기가 침체될 때 역시 금리인하는 유용한 정책이긴 하지만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없다. 일본의 10년 장기 불황이 그랬고,미국이 현재 그런 상태에 처해 있다. 경제주체들의 강력한 디레버리지(차입 감축) 여파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해버리는 측면이 있다. 금리인하의 경기순환적인 자극 효과가 감퇴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때다. 전통적인 통화 완화 정책보다는 재정 집행 등을 통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이 효과적일 수 있다. 거품이 꺼질 때는 저금리 통화정책으로 오히려 시중자금은 넘쳐나지만 소비는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한국 등 신흥국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한국은 기본적으로 경제 체질이 탄탄하다. 단기 외채의 1.4배에 달하는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는 외환보유액이 단기 외채의 30%에 불과했다. 문제는 올 여름부터 경상적자가 발생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조치를 내놓았다. 앞으로 더욱 여타 이머징 국가와 다르다는 차별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부채 의존적이고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경제구조에서 서둘러 탈피해야 한다. 또 주기적인 외환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IMF 외환위기' '미국발 외환위기' 등으로 책임을 다른 데 돌리지 말고 한국 내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보고,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거품이 붕괴하고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때는 금리인하만으로 침체 국면에 빠져든 경기를 회복시킬 수 없다. 미국 정부가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부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 그동안 미국발 세계경제 침체를 지적해온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거품 붕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미국 경기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정부가 직접적인 수요 확충보다는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외환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미국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
"현재 미국의 경기는 주택시장 붕괴로 빚어진 얕은 단계의 침체에서 개인소비 위축이 심화되면서 보다 심각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6%였다. 지난해 개인소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2%에 달했다. 소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주택시장의 12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4년 동안 연평균 4% 증가했던 개인소비는 앞으로 3∼4년 동안 증가율이 1∼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그렇다면 언제쯤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 국면에 들어설 수 있나.
"앞으로 3년 동안 미국 GDP 성장률은 연평균 1.5%에 그칠 것이다. 예전 같은 탄력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소비가 살아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구조에 비춰볼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2007년 중반까지 4년6개월 동안 지속됐던 5%에 달하는 세계경제 고성장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내년 세계경제는 2.5% 성장에 그치고 2010∼2012년 3.5∼4.0% 정도로 회복할 것으로 본다. "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공격적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 등은 금융시장에 잠재된 리스크를 줄이는 양적인 조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업어음(CP) 매입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에 대한 자본 투입과 금융사의 부실 자산 매입은 신용경색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실물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기하강 압력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통령선거 직후 경기부양책이 마련될 수 있지만 광범위한 소비 수요를 자극할 정도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한 미 정부의 정책은 무엇인가.
"소비 수요를 살리기 위한 직접적인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는 광란적인 과소비를 영속화시켜 미국을 더 큰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다. 미국은 낮은 저축과 자산의존적 소비,엄청난 가계 빚의 수렁에 빠져 있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부양책을 마련해 수요를 촉발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또 실업자에 대한 소득 보전과 집값 하락으로 주택 가격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금을 밑도는 가구주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 "
―대공황 때와 달리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조를 통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고 있는 만큼 경기하강 압력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경기 후퇴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이다. 거품 붕괴로 경기가 침체될 때 역시 금리인하는 유용한 정책이긴 하지만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없다. 일본의 10년 장기 불황이 그랬고,미국이 현재 그런 상태에 처해 있다. 경제주체들의 강력한 디레버리지(차입 감축) 여파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해버리는 측면이 있다. 금리인하의 경기순환적인 자극 효과가 감퇴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때다. 전통적인 통화 완화 정책보다는 재정 집행 등을 통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이 효과적일 수 있다. 거품이 꺼질 때는 저금리 통화정책으로 오히려 시중자금은 넘쳐나지만 소비는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한국 등 신흥국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한국은 기본적으로 경제 체질이 탄탄하다. 단기 외채의 1.4배에 달하는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는 외환보유액이 단기 외채의 30%에 불과했다. 문제는 올 여름부터 경상적자가 발생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조치를 내놓았다. 앞으로 더욱 여타 이머징 국가와 다르다는 차별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부채 의존적이고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경제구조에서 서둘러 탈피해야 한다. 또 주기적인 외환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IMF 외환위기' '미국발 외환위기' 등으로 책임을 다른 데 돌리지 말고 한국 내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보고,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