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회 곳곳에 우리 달력 걸고 싶어요"

"대학 시절에는 연말이 되면 오붓하게 모여 송년회를 하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저는 산더미처럼 쌓인 달력을 배송하느라 쉴 틈이 없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막상 사장이 되고 나니 한가한 연초보다는 정신없이 바쁜 연말이 더 좋아집디다. "

박형호 사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달력쟁이'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연말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반납하는 게 아쉬웠지만 '고객들에게 새로운 한 해를 전달해준다'는 보람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사장은 "어릴 때부터 '진흥문화는 나와 함께할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입사하는 건 생각하지 않았다"며 "미국에 유학을 간 것도 새로운 경영기법을 배워 진흥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 경영은 생각처럼 만만한 게 아니었다. 박 사장이 배운 경영이론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老) 경영인의 직감과 부딪치기 일쑤였다. 현안이 터질 때마다 박 사장은 "A가 정답"이라고 주장했지만,아버지는 "B가 옳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평행선을 긋던 부자는 수없이 많은 대화 끝에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길을 택하게 된다. 아들이 젊은 패기와 최신 경영이론을 앞세워 회사를 이끌면 '30년 실전 노하우'로 무장한 아버지가 뒤에서 밀어주기로 한 것.

박 사장은 "대표이사가 된 지 5년이 됐지만 아직도 큰일이 생길 때마다 아버지를 찾아 자문을 구한다"며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단번에 풀릴 때마다 '아버지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해온 박 사장의 다음 목표는 사업 다각화 및 수출 확대를 통해 진흥문화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사업 다각화의 경우 이미 교회용 월간지 제작과 학습지 인쇄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박 사장은 현재 7대3 수준인 달력 인쇄와 일반 인쇄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5대5 수준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또 기독교 관련 영상 콘텐츠 사업에도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확대의 주 무대는 미국이다. 지금은 교포를 대상으로 달력을 수출하고 있지만 미국인이 다니는 현지 교회를 거래처로 만드는 게 목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미국인 교회에 우리 달력을 납품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미국에 있는 교회 숫자가 한국보다 수십 배는 많을 것 아닙니까. 뚫기만 하면 엄청난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겠죠."

역시 박 사장은 영락없는 '달력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