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트랜스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태덤(35)은 '서양의 이연걸'로 통한다. 무술 실력이 뛰어난 데다 과묵하면서도 절제된 배역을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다이빙 선수로 단단하게 몸매를 다진 그는 화려한 액션연기를 무기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때로는 절제가 지나쳐 경직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늘 자기 본분에 충실한 인물로 우직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를 견지했다.

1999년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로 데뷔한 후 B급 액션물에 주로 출연해 온 그가 올 들어 이연걸과 공연한 '워'에 이어 최근에는 '데스 레이스'와 '뱅크잡'의 주연을 맡아 국내 팬들을 찾았다. 한 해 동안 3편에 출연한 것도 화제인 데다 출연작 모두 국내에 선보여 그의 인기를 실감나게 한다.

상영 중인 스릴러 '데스 레이스'는 기존의 액션배우 이미지를 강화한 작품이다. 이른바 '리얼리티 생중계 레이싱'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스태덤은 강도높은 액션 연기를 대역없이 소화했다. 아내 살인 누명으로 복역 중인 전직 레이싱 선수역을 맡아 한 명만 살아남는 죽음의 경주에 출전한다. 개조 차량들의 폭주,기관포와 미사일,화염방사기가 등장하는 이 경기에서 그는 놀랄 만큼 자극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액션 연기를 펼친다. 단순한 특수효과가 아니라 아날로그 액션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B급영화 팬들로부터 컬트로 추앙받은 1975년작 '죽음의 경주'의 원작 제작자 로저 코먼이 새롭게 리메이크했다.

30일 개봉되는 범죄영화 '뱅크 잡'에서는 스태덤의 색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액션 스타 면모를 지운 대신 머리를 쓰고,감성에 호소하는 갱단 리더 테리역이다. 영국 로이드 은행 금고털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는 은행강도단의 우두머리로 모든 범행을 지휘한다. 특히 아내와 옛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성으로 섬세한 감성과 표정연기를 했다.

스태덤의 연기 변신 외에 선명한 주제의식도 돋보인다. 은행털이 성공 후 돈을 갖고 튄 갱은 죽지만 금고 속의 왕실과 부자들의 비밀 정보를 가진 그는 생존한다. 돈보다 정보의 귀중함을 보여주는 범죄영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장미향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