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은행예금 전액 보장 … UAE 금융권에 68억弗 투입

금융위기 태풍이 걸프 지역을 강타하면서 중동 산유국들도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신용경색 징후가 뚜렷해진 데다 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쿠웨이트 중앙은행이 2위 은행인 걸프뱅크가 외환 파생상품 거래로 7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손실을 입자 이 은행의 주식거래 중단을 결정하는 한편 은행 예금을 전액 보장하는 법안을 의회에 긴급 상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쿠웨이트 증시는 걸프뱅크 악재로 3.5% 하락했다.

쿠웨이트 정부가 걸프뱅크가 입은 손실을 어떻게 지원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중동 지역에서 특정 은행에 대한 첫 번째 구제금융이 될 것이라고 월지는 전했다.

은행 예금 전액 보장 조치는 중동 지역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하는 것이다.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지난 8일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을 위해 재할인율을 연 5.75%에서 4.5%로 인하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저소득층에 대한 무이자 대출을 늘리기 위해 국영 사우디크레디트뱅크에 100억리얄(27억7000만달러)을 예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사우디 중앙은행 격인 사우디통화청(SAMA)이 은행 간 대출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20억∼30억달러를 공급한 데 이은 고강도 대책이다. UAE도 21일 은행 유동성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250억디르함(68억달러)을 투입했다. UAE는 앞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 700억디르함을 금융권에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같은 잇단 대책은 중동 지역에서도 증시와 부동산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되면서 신용경색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붐을 주도했던 두바이에선 가격 하락이 뚜렷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부동산을 팔려 하고 있다고 월지가 전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중동 지역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7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적자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걸프 지역 재무장관들은 25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