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발디에 대한 그의 철학을 풀어냈다.
"비발디는 고음과 저음,긴장감,화성 등 모든 측면에서 음악적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표현했던 작곡가입니다. 파도같이 휘몰아치는 그의 음악 위에서 마치 서핑하듯 연주를 하게 되지요. "
그가 30여 편의 비발디 첼로 협주곡 중 작곡가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 7개를 선정해 음반에 담은 것도 이 같은 매력에 깊이 빠졌기 때문이다. 비발디의 음악은 '똑같은 작품을 300곡이나 썼다'(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혹평을 받을 정도로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힘들다. 장씨와 런던 체임버가 이런 곡들을 갖고 어떤 개성을 살려낼지가 관건이다.
그가 비발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첼로가 독주악기로 걸음마를 어떻게 떼었을까'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사계'의 작곡가로 유명한 비발디는 현악기 작품 중에서도 바이올린 곡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첼로협주곡들은 첼로를 '반주 악기'에서 '독주(獨奏) 악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이다.
비발디와 친해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악보를 구하는데만 7~8개월이 걸렸다. 음반 녹음 전에는 현(絃)과 맞닿는 왼쪽 새끼손가락이 찢어졌다. 실연(實演)과 달리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음반 녹음의 특성상 '반창고가 자꾸 옆줄을 건드릴까봐' 맨손가락으로 계속 쇠줄을 눌렀다. 녹음은 나흘간 21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는 "간혹 찢어진 부위로 줄을 누르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아팠지만,연주에 집중하면서 아픔을 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지휘자 없이 곡을 선사한다. 비발디가 활동한 바로크 시대의 음악들은 당시에 쓰던 악기들이 드문 데다 곡의 해법도 정석이 없어 연주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다. 즉흥성이 중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휘자 없는 공연도 "나를 포함해 14명의 연주자가 비발디 음악을 새롭게 번역해 내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동안 지휘자의 모습도 보여준 그는 "오케스트라 전체 소리의 색깔을 이끌어내는 것이 지휘의 매력인 것 같다"며 "앞으로 지휘뿐 아니라 휴학 중인 하버드대학으로 돌아가 충실히 공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11월3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출발해 4일 통영시민문화회관,5일 성남아트센터,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8일 의정부예술의전당,9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으로 이어진다.
글=박신영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