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구글폰'…손 안의 PC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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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있는 곳 사진찍으면, 곧바로 지도화면 연결 유명 음식점 찾아주고
처음 듣는 음악, 휴대폰에 대면 판매 사이트 연결
소스코드 공개…응용SW 다양화, 내년 하반기쯤 국내 상륙 가능성
#1.서울 나들이가 처음인 A씨,출출한 배를 채우려 명동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라면집을 찾는다. 그가 꺼내든 비장의 무기는 바로 휴대폰.A씨는 눈 앞에 가장 큰 건물 하나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후에 이를 휴대폰에 내장된 지도에 입력한다. 그러자 명동 골목 구석구석이 자세히 그려진 지도 위에 내 위치와 라면집,그리고 지름길이 빨간색으로 나타났다.
#2.거리를 걷다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을 듣게 된 B씨가 휴대폰을 꺼내들고 스피커 앞으로 다가간다. 휴대폰을 스피커에 대자 곡 이름을 비롯해 해당 곡이 들어있는 음반과 이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휴대폰 화면에 바로 뜬다. 10% 할인한다는 광고에 B씨는 궁금함을 못 참고 음반을 구입한다.
가상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미국에선 지난 22일부터 현실화된 사례다. 첫번째 '구글폰'인 대만 HTC의 'G1'이 출시된 덕분이다. 이날 시장에 풀린 150만대의 '구글폰'은 하루 만에 모두 사전 예약제로 매진됐다. 구글폰은 '워킹 내비게이션(walking navigation)'을 비롯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로선 경험해 보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PC같은 휴대폰
'구글폰'은 일종의 애칭이다. 안드로이드라는 구글이 개발한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탑재한 휴대폰을 통칭한다. 정식 명칭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짓게 되는데 'G1'도 대만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HTC가 만든 브랜드다. 휴대폰 단말기는 삼성전자,모토로라 같은 제조업체가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갈 운영체제(OS),미들웨어,애플리케이션 등 핵심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공급한다.
구글폰의 가장 큰 특징은 PC와 휴대폰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화면만 작아졌을 뿐 PC에서 웹 서핑을 하듯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사이트를 찾고 싶으면 구글 검색을 바로 띄우고 소형 키패드에 사이트명을 입력하면 된다. 지메일,구글맵스 등에도 한 번의 클릭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구글폰은 구글의 각종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네이버,야후 등 어떤 포털이든 키패드에 사이트명만 입력하면 접속할 수는 있지만 PC의 인터넷 시작 페이지처럼 웹 서핑을 위한 첫 관문이 구글로 돼 있다는 점에서 구글 편향적이다.
◆구글의 의도는?
구글폰을 통해 구글이 의도하는 바는 명확하다. 구글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이다. 존 래거링 구글 아태지역 모바일부문 총괄책임자는 "전 세계에 휴대폰이 약 30억대가 퍼져 있고,PC는 없어도 개인마다 휴대폰 하나쯤은 갖고 있는 시대"라며 PC에 이어 모바일 인터넷에서도 '구글 천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욕구는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들이 갖고 있다. 야후 재팬을 운영하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야후폰'을 만들어 야후를 상징하는 'Y'를 누르면 바로 야후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핫키(hot key)'를 만들어 '네이트' 등 특정 사이트에 우선 접속하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글은 기존 업체들과는 좀 더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핵심은 개방성이다. 네티즌은 인터넷에 접속할 때 시작 페이지를 구글에서 네이버로 변경할 수도 있다. 이렇게 바꿀 경우 네티즌 입장에선 '네이버폰'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안드로이드의 모든 소스 코드를 공개,누구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획기적이다. 이 부분은 애플리케이션(웹 소프트웨어,위젯 혹은 가젯으로도 불림) 개발자들에겐 '오아시스'나 다름없는 호재다. 구글의 표준에만 맞추면 누구나 안드로이드에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곰플레이어' 같은 동영상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구글 표준에만 맞추면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모음 창고에 등록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 창고에 들어가 사용하고 싶은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이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세계 진출을 위한 관문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국내엔 언제 출시되나?
국내에서도 '위젯'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서비스 도구들이 휴대폰에 탑재돼 있지만 '구글폰'은 차원이 다르다. '워킹 내비게이션','음악 인식 기능' 외에도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제품의 바코드를 휴대폰 화면에 갖다 대면 제품 가격,리뷰 등 각종 상품 정보를 보여주는 응용 소프트웨어 역시 흥미롭다. 심지어 기타 배우기용 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다. 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으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새 응용 소프트웨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게 구글폰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언제쯤 구글폰을 한국에서도 쓸 수 있을까. 구글은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이기 때문에 삼성전자,SK텔레콤 등 국내 업체들의 공급 의지에 달려 있다. 일단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34개 IT 기업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안드로이드 도입에 긍정적이다. SK텔레콤도 'G1'의 후속 모델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쯤엔 구글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