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힘이다!] 1000만부 넘긴 베스트셀러 '마법천자문' 비결은…"처음 석달간 하루 10권도 안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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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카드 배포하자 폭발적 반응"
유인물 금지라며 학교앞에서 저지당하기도
만화 캐릭터 손오공과 놀면서 한자공부
최근 1000만부를 넘어선 어린이 한자 학습만화 《마법천자문》(시리얼 지음,아울북)의 성공비결은 뭘까.
애니메이션 창작그룹 스튜디오 시리얼이 만든 이 시리즈는 손오공이 나오는 중국 고전 <서유기>의 이야기에 다양한 한자의 음과 뜻,모양을 결합시켜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익히도록 한 것.그림을 통해 한자를 익히는 이미지 학습법으로 재미와 학습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대박'은 아니었다. 2년여의 기획·개발을 거쳐 첫 작품으로 1,2권을 내놓은 건 2003년 11월.2주 동안 교보문고 전 지점에서 판매된 책은 하루 10권도 안 됐다. 그러다가 석 달 뒤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설날 무렵이었을 겁니다. 명절을 보내고 왔는데 도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죠." 이승현 당시 사업팀장은 "명절을 보내고 신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확실하게 났다"고 회고했다. 그 해 겨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5년 전 신입사원이었던 이희영 팀장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 그해 겨울을 수도권의 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마법천자문 한자카드를 배포하면서 보냈다"고 털어놨다. 선생님들은 유인물 배포가 금지사항이라며 출입을 막고,눈은 내리고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도 애들 반응은 무척 뜨거웠죠.아이들을 직접 만나 카드 설명도 해주고 아이들 반응을 살피고,아이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는데 이게 바로 눈높이 마케팅이구나 했어요. "
텐밀리언셀러의 단초가 된 '한자 카드'는 당시 인기 있던 '디지몬 카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마법천자문>의 강점을 살려 캐릭터 대신 '한자'를 넣기로 한 것.그렇게 탄생한 한자카드는 배포 전에 초등학생과 학부모 모니터링을 거쳐 승낙(?)을 받은 후 수도권 각지로 뿌렸다. 한자카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책보다 카드 문의가 더 많았다. 한정 사은품 정도로 시작한 '한자카드'가 결국 1000만부 기록의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초기 개발 과정도 재미있다. 아울북의 모기업인 ㈜북이십일은 한자학습만화를 낸다는 계획만 갖고 있었고 구체적인 기획은 없는 상태였다. '어린이' '한자' '만화'라는 소재를 두고 고심하던 김진철 이사(현재 '블루마크' 대표)는 유치원생이던 아이들이 장난감 칼을 들고 노는 걸 지켜보다가 무릎을 딱 쳤다. "놀이다. 한자 공부도 놀이가 될 수 있다. " 그래서 기존의 학습만화보다 좀 더 '재미'에 치중한 콘텐츠를 생각했다. 해리포터 열풍 속의 '마법'이라는 소재에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손오공' 캐릭터,일본 인기만화 드래곤볼의 장점을 차용했다.
"'한자'하면 고리타분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마법천자문》으로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한자가 '손오공'이고 '마법'이죠.'타올라라 불 화(火)'라고 하면 다른 아이는 '쏟아져라 물 수(水)'로 응합니다. 좀 더 어려운 한자를 아는 아이는 '두 배로 타올라라 불꽃 염(炎)'하는 식으로 자기들끼리 놀면서 반복학습하게 되는 거죠."(이유남 본부장)
그래서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마법천자문》은 항상 1위다. 초판도 25만부를 한꺼번에 찍어낸다. 지리상의 이유로 부산에 있는 독자가 수도권 독자보다 늦게 읽을 수 없다는 이유다. 책이 하루 이틀 늦어지면 각 지방에서 항의 전화가 쇄도한다.
또다른 비결은 온라인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비결이다. 아울북은 2004년에 일찌감치 홈페이지(magichanja.com)를 열었다. 온라인 사이트는 마법천자문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앞으로 나올 스토리를 '예언'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홈페이지에는 17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의 의견을 신간 개발에 참고하기도 한다. 권마다 4명의 어린이 이름과 그들이 낸 한자마법 아이디어를 표기해 주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아울북'이라는 관리자가 있죠.사이트 마스터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어린 독자들에게는 '아울북'도 궁금한 대상입니다. 2006년에는 어린 독자가 출판사로 손오공을 만나러 온 적이 있어요. 그때 홈페이지 아이디 '아울북'인 누나를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가기도 했답니다. "(박동훈 개발팀장)
이 시리즈는 책에 이어 수많은 파생상품을 낳았다. 이유남 본부장은 "지금까지 뮤지컬과 체험전,모바일 게임 등으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활용한 원소스 멀티유스(OSMU) 상품을 선보여 왔는데 내년쯤엔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책은 전 20권으로 완간할 계획인데 완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라이선스 상품과 한 단계 발전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내부에서 제2,제3의 마법천자문을 기획 중입니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유인물 금지라며 학교앞에서 저지당하기도
만화 캐릭터 손오공과 놀면서 한자공부
최근 1000만부를 넘어선 어린이 한자 학습만화 《마법천자문》(시리얼 지음,아울북)의 성공비결은 뭘까.
애니메이션 창작그룹 스튜디오 시리얼이 만든 이 시리즈는 손오공이 나오는 중국 고전 <서유기>의 이야기에 다양한 한자의 음과 뜻,모양을 결합시켜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익히도록 한 것.그림을 통해 한자를 익히는 이미지 학습법으로 재미와 학습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대박'은 아니었다. 2년여의 기획·개발을 거쳐 첫 작품으로 1,2권을 내놓은 건 2003년 11월.2주 동안 교보문고 전 지점에서 판매된 책은 하루 10권도 안 됐다. 그러다가 석 달 뒤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설날 무렵이었을 겁니다. 명절을 보내고 왔는데 도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죠." 이승현 당시 사업팀장은 "명절을 보내고 신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확실하게 났다"고 회고했다. 그 해 겨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5년 전 신입사원이었던 이희영 팀장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 그해 겨울을 수도권의 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마법천자문 한자카드를 배포하면서 보냈다"고 털어놨다. 선생님들은 유인물 배포가 금지사항이라며 출입을 막고,눈은 내리고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도 애들 반응은 무척 뜨거웠죠.아이들을 직접 만나 카드 설명도 해주고 아이들 반응을 살피고,아이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는데 이게 바로 눈높이 마케팅이구나 했어요. "
텐밀리언셀러의 단초가 된 '한자 카드'는 당시 인기 있던 '디지몬 카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마법천자문>의 강점을 살려 캐릭터 대신 '한자'를 넣기로 한 것.그렇게 탄생한 한자카드는 배포 전에 초등학생과 학부모 모니터링을 거쳐 승낙(?)을 받은 후 수도권 각지로 뿌렸다. 한자카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책보다 카드 문의가 더 많았다. 한정 사은품 정도로 시작한 '한자카드'가 결국 1000만부 기록의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초기 개발 과정도 재미있다. 아울북의 모기업인 ㈜북이십일은 한자학습만화를 낸다는 계획만 갖고 있었고 구체적인 기획은 없는 상태였다. '어린이' '한자' '만화'라는 소재를 두고 고심하던 김진철 이사(현재 '블루마크' 대표)는 유치원생이던 아이들이 장난감 칼을 들고 노는 걸 지켜보다가 무릎을 딱 쳤다. "놀이다. 한자 공부도 놀이가 될 수 있다. " 그래서 기존의 학습만화보다 좀 더 '재미'에 치중한 콘텐츠를 생각했다. 해리포터 열풍 속의 '마법'이라는 소재에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손오공' 캐릭터,일본 인기만화 드래곤볼의 장점을 차용했다.
"'한자'하면 고리타분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마법천자문》으로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한자가 '손오공'이고 '마법'이죠.'타올라라 불 화(火)'라고 하면 다른 아이는 '쏟아져라 물 수(水)'로 응합니다. 좀 더 어려운 한자를 아는 아이는 '두 배로 타올라라 불꽃 염(炎)'하는 식으로 자기들끼리 놀면서 반복학습하게 되는 거죠."(이유남 본부장)
그래서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마법천자문》은 항상 1위다. 초판도 25만부를 한꺼번에 찍어낸다. 지리상의 이유로 부산에 있는 독자가 수도권 독자보다 늦게 읽을 수 없다는 이유다. 책이 하루 이틀 늦어지면 각 지방에서 항의 전화가 쇄도한다.
또다른 비결은 온라인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비결이다. 아울북은 2004년에 일찌감치 홈페이지(magichanja.com)를 열었다. 온라인 사이트는 마법천자문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앞으로 나올 스토리를 '예언'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홈페이지에는 17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의 의견을 신간 개발에 참고하기도 한다. 권마다 4명의 어린이 이름과 그들이 낸 한자마법 아이디어를 표기해 주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아울북'이라는 관리자가 있죠.사이트 마스터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어린 독자들에게는 '아울북'도 궁금한 대상입니다. 2006년에는 어린 독자가 출판사로 손오공을 만나러 온 적이 있어요. 그때 홈페이지 아이디 '아울북'인 누나를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가기도 했답니다. "(박동훈 개발팀장)
이 시리즈는 책에 이어 수많은 파생상품을 낳았다. 이유남 본부장은 "지금까지 뮤지컬과 체험전,모바일 게임 등으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활용한 원소스 멀티유스(OSMU) 상품을 선보여 왔는데 내년쯤엔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책은 전 20권으로 완간할 계획인데 완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라이선스 상품과 한 단계 발전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내부에서 제2,제3의 마법천자문을 기획 중입니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