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갤러리, 전시 개막전 30여전 판매

세계 금융위기로 미술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젊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회 개막 전에 모두 팔려 이채를 띠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5월 홍콩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연필Ⅰ'이 7억7760만원에 낙찰돼 국제미술시장에서 스타작가로 떠오른 홍경택씨(39).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23일~11월22일)에 출품된 40여점에 대한 예약 주문이 개막일인 지난 23일 모두 끝났다.

전시된 작품 중 미국 뉴올리언스미술관에 이미 팔린 150호 대작 2점과 내년 홍콩 전시에 출품될 3~4점,경기도미술관에 예약된 1점 등을 뺀 30여점은 국내를 비롯해 홍콩,유럽 컬렉터들에게 판매된 상태다.

미술시장이 심한 조정을 받고 있는 데도 홍씨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미 홍콩 경매시장에서 작품성에 대한 검증이 끝난 데다 한국적인 화풍의 팝아트 작품들이 컬렉터들에게 주목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이스갤러리 측은 "홍씨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 중에는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40대 컬렉터들이 많다"며 "미술시장이 안정되면 작품값 상승을 기대하고 매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씨는 현대인의 강박증을 팝아트 기법으로 형상화 해온 작가. 현란한 색채감이 돋보인 '연필' 시리즈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서재''스피커박스' 등 새로운 연작으로 옮겨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펑케스트라(펑크+오케스트라)'는 펑키음악의 선율적인 느낌을 미술에 접목한 작품이다. 화려하게 반복되는 기하학적인 패턴의 화면 속에 고흐를 비롯해 마릴린 먼로,박찬욱 감독 등을 등장시켜 카오스같은 현대사회를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그의 작품은 2000년 초만 해도 국내 화랑가에서 점당(100호 기준.162.2×130㎝) 800만원대에 거래됐으나 2006년에는 2500만원,최근엔 7000만~9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번 전시에서 '펑케스트라' 시리즈 150호 대작은 작품성과 제작연도,크기에 따라 점당 8000만~2억원,100호 크기는 7000만~9000만원,40~50호 크기는 4000만원에 각각 판매됐다.

경원대 미대를 졸업한 홍씨는 2000년 대안공간 성격의 인사미술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홍콩 지점(내년 5~6월 개점)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