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 전 이야기다.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어느 날 저녁,그동안 직장생활을 꽤 잘하는 줄 알았던 한 친구가 불쑥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년간 해외 근무를 다녀온 후 갑자기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졌단다. 새로 부임한 상사와의 갈등,동료들의 견제 등 하나둘 직장생활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이제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사내에서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형편마저 안 된다며 남은 술잔을 털어 넣었다. 그러고는 불쑥 나에게 물었다.

"혹시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책 없니?"

하도 답답해서 던진 말이었겠지만,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기획하기 시작했고,마침내 작년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신시아 샤피로 지음,서돌)을 출간해 대박을 터뜨리는 행운을 얻었다.

"혹시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책 없니?"라는 친구의 질문은 우리에게 베스트셀러를 내는 행운을 주었을 뿐 아니라 '독자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든다'라는 새로운 소명의식도 갖게 했다. 물론 그 어떤 업종보다 상품 기획의 사이클이 빠른 출판계의 속성상 출간 기한을 맞추느라 급급할 때도 많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어떤 책이 팔릴지 고민하기보다는 독자의 고민을 듣고 해답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더욱 보람 있고 결과도 좋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우리의 소명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얼마 전 나는 기분 좋은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담부터 회사에 전화하면 김 부장님 바꿔 달라고 해줘.^^' 내가 보낸 책을 열 번도 더 읽었다며 쑥스러워하던 그 친구가 드디어 승진을 한 것이다.

"마음 울적한 날엔 서점엘 가야 한다. 실연했을 때,사랑을 시작할 때,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낄 때….서점엔 없는 게 없다. 언제나 서점에 가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그 고민에 답하여 책을 내놓은 사람들이 있다. "

어떤 독자의 서평처럼 서점을 찾는 이들이 서돌의 책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