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ㆍ상가조합 '분양수익금' 다툼… 분양 받은 집까지 '불똥'
상가조합, 아파트부지 가압류 신청… 법원수용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주공2단지 재건축아파트.5563가구) 단지에서 상가조합과 아파트조합 간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전체 입주민들의 집이 가압류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개별 등기부 등본상에 가압류 사실이 명기될 예정이어서 이 일대 아파트에 대한 매매나 전세 거래가 어려워지고 담보 대출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입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다.

24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상가조합이 아파트조합을 상대로 낸 아파트 부지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가압류 금액은 총 70억원이다.

조병길 상가조합장은 "준공 3개월이 다 되도록 상가 입주는커녕 분양조차 하지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며 "아파트조합 측이 일부러 분양승인 신청을 지연시키는 등 업무 방해에 따른 손해 배상을 받기 위해 가압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당시 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아파트만 재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잠실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상가까지 포함하도록 해 분란의 씨앗이 됐다. 당시 아파트조합과 상가조합은 대외적으로는 재건축조합이 주체가 되지만 내부적으로는 각자 재건축하는 '독립정산제'로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후 상가 위치와 면적 등을 놓고 또다시 갈등이 빚어졌다. 당초 단지 내 중앙에 들어설 계획이었던 상가를 상가조합원들의 요구로 대로변으로 옮기고 부지 면적도 기존 부지(3517㎡)에다 아파트조합 부지(3504㎡)를 보태 확대키로 했다. 이 같은 변경은 3.3㎡(1평)당 3650만원에 부지를 상가조합에 매각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아파트조합 측은 당시 결정된 땅값이 너무 헐값이라며 11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일반 분양 수익을 나눠 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상가조합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아파트조합 측은 분양승인 신청을 무기로 상가조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대외적으로 사업 주체가 아파트조합이므로 구청에 제출할 분양승인 신청서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분양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다툼은 법적 소송으로도 번졌다. 양측이 그동안 이와 관련한 소송을 수십 차례나 거치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쪽은 상가조합이다. 법원은 잇단 소송에서 모두 상가조합의 손을 들어 줬다. 상가조합 관계자는 "대법원,고등법원 할 것 없이 상가 분양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조합 간 다툼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일반 입주민들.특히 상가조합이 전체 아파트 부지에 가압류를 걸면서 일반 분양받아 입주,조합과는 전혀 상관 없는 약 1000여가구도 재산상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상가조합 측이 일반 입주민 35명(공동명의자 포함)을 무작위로 골라 가압류 통지서에 명시하는 바람에 이름이 공개된 주민들은 반발했다.

35명에 포함된 A씨는 "아파트조합이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알면서도 해방공탁(공탁금을 걸어 가압류를 해제하는 것)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일반 입주민들이 조합 간 다툼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