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헌금ㆍ시주 줄어 운영난
거래 올스톱…건설업계에도 '불똥'

대전시 유성구에서 개척교회를 연 박모 목사는 최근 대출 금리가 오르고 신도 수가 줄자 월 80여만원인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교회를 팔려고 내놓았다.

박 목사는 작년 초 대전 서남부권 택지지구가 개발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택지지구 인근에 165㎡(2층) 규모의 교회를 열었다. 은행 대출 1억2000만원 등 모두 2억원을 투입한 이 교회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50여명의 신도들이 낸 헌금으로 어렵사리 교회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신도 수가 15명으로 줄고 대출 금리가 8%를 넘자 교회 운영난이 심화됐다. 박 목사는 "교회 매매 전문 중개인에게 매도를 의뢰해 놨으나,매수 문의가 아예 없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24일 교회 전문 중개업계 및 사찰 전문 중개업계에 따르면 교회 사찰 등 종교 건물의 불황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신도 100명 안팎 소형 교회의 경우 신자 대부분이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이어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교회 전문 중개업체인 하나로부동산 김선호 간사는 "6년째 이 일을 해 왔지만 지금 같은 불황은 처음 겪는다"며 "매물은 늘어나는데,사려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의 이모 목사는 연초만 해도 100여명에 달했던 신도들이 현재는 절반으로 줄면서 매달 나가는 1200여만원의 운영비를 조달하지 못해 지난달 교회를 매물로 내놓았다.

종교시설 건설업체에도 불똥이 튀었다. 교회 건축업체인 별빛건설의 이용우 대표는 "작년 이맘때에 비해 건축 의뢰 건수가 20%도 안 된다"며 "지난 여름 교회 신축을 끝으로 지금은 수주한 공사가 없어 쉬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어렵기는 사찰들도 마찬가지다. 사찰은 운영 비용의 70%가 신도들이 내는 시주로 충당된다. 최근 경기 악화로 신도와 시주가 줄면서 운영난에 빠진 사찰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20년 넘게 사찰 중개만을 해 온 광진불사 김희만 대표는 "지난 4월 이후 단 한 건의 사찰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외환위기 때는 매월 한두 건은 거래가 이뤄졌으나,지금은 살 사람이 없어 매물만 넘쳐난다"고 말했다. 종교시설은 수익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제1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이 안 돼 연 25% 수준의 고금리로 제2금융권을 통해 돈을 빌리고 있는 것도 운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영신 기자/이문용/양승석 인턴(한국외대 3학년ㆍ2학년)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