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해외 교환사채 … 발행가 70% 수준서 거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우량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이 헐값에 거래되면서 KCC가 발행한 해외채권은 2년 기대수익률이 50%를 웃도는 등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우량기업들의 해외 채권을 사와 공모로 되파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KCC가 지난해 11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해외 교환사채(EB)가 해외 장외시장에서 발행가의 7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년 후인 2010년 10월말부터 주식으로 바꿀수 있는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이 EB는 조기상환시 5% 내외의 금리를 주고 있어 KCC가 2년 후 망하지 않는다면 50%(연 25% 내외)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발행가를 100으로 가정하면 2년 후 105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을 현재 70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KCC는 지난해 10월 말 자사주와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주식 등으로 교환할 수 있게 EB를 3종류로 나눠 발행했다. 당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KCC EB에 매긴 신용등급은 'Baa2'(안정적)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가격 급락은 상식 밖이란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최근 이 채권의 신용리스크를 기초자산으로 만들어 공모로 판매한 신용파생상품(CLN)의 금리가 연 9% 수준이었다.

KCC 관계자는 "회사의 리스크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가 터진 미국과 유럽 투자자에 주로 팔았는데 자산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헤지펀드 등에서 헐값에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기업들이 발행한 해외 사채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이닉스가 지난해 12월 5억8340만달러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CB)의 경우도 발행가의 70% 수준에 매도 호가가 나오고 있다. 대한전선이 작년 11월 발행한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는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상식 밖의 수준에서 우량기업들의 채권이 거래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좋은 투자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이와 같은 투자기회를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 채권은 발행 후 1년 동안 국내 투자자의 매입이 금지되는데 11월 초 KCC부터 그 기간이 풀린다"며 "이런 채권들은 보통 100만달러 단위로 거래돼 일반투자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이를 되사와 국내 투자자들에게 공모로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해외 사모 채권을 공모로 팔 경우에는 발행 기업들이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증권사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