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등 시나리오 긴급 점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남미 동유럽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가들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신청 등 국가부도위기에 몰리면서,이 지역을 생산 및 수출전진기지로 삼아온 국내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은 금융위기가 빠르게 실물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자 감산 등 자구노력을 단행하는 한편 현지 투자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최근 슬로바키아에 LCD 모듈라인을 준공하고 동유럽 시장공략을 강화한 삼성전자는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감소에 대비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동유럽 시장매출이 얼마나 줄어들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경기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IT제품 수출 증가율이 16.9%를 기록하며 '대안 시장'으로 떠올랐던 남미 시장의 위축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등 삼성에 비해 신흥시장 의존율이 높은 LG전자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현지 진출기업들의 투자집행속도를 늦추는 등 투자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파키스탄,남미 등 신흥시장 국가들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는 진출기업들의 현금흐름개선과 거래선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정도지만 앞으로 투자전략 수정과 감산 등 구체적인 자구계획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에서 TV를 생산하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실물경기 위축으로 수요가 줄자 최근 생산물량 축소를 결정했다. 체코 동북부 노소비체 i30 생산공장을 완공한 현대자동차는 이달 말 공장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유럽 전역이 금융위기에 휩싸이자 긴장하고 있다. 전략판매시장인 서유럽의 신차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데 이어 금융위기 확산 영향으로 체코공장의 초기 가동률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부터 고민거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송형석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