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회장 등 4명 , 국무부 서한ㆍ전담기구 설치 등 13년 노력 '결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직원들은 지난 17일 미국 정부가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신규 가입국 명단에 한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1996년부터 시작된 13년간의 '비자 면제 투쟁'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비자 투쟁'을 이끈 주역은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종희 대한항공 사장,권오용 SK 부사장,오동수 현대그룹 상무 등 4명이다. 1996년 전경련에서 국제경제실장으로 근무했던 권 부사장은 당시 같은 부서 직원이었던 오 상무와 함께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한국이 가입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작성했다. 미국과 관련된 업무가 많은 국내 기업인들이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서한의 골자였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비자 면제 문제와 관련된 의견을 전달하는 업무도 권 부사장과 오 상무가 몸담고 있던 국제경제실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전경련의 두 번째 투쟁은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보안검색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미국은 2003년 대리인을 통한 비자 발급을 막기 위해 모든 신청자의 지문을 채취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비자 발급을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전경련은 한·미 재계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한·미 재계회의 의장을 맡고 있던 조 회장은 비자 발급 절차의 완화와 비자면제 프로그램 참여를 요청하는 서한을 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보냈다. 또 한·미 재계회의 내에 비자분과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비자 외교'를 펼쳤다.

비자 분과위원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았던 이 사장은 미국 대사관 영사과와 공동으로 비자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국민의 비자 발급 거부율을 낮추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이 사장이 지휘했던 비자 분과위원회였다.

권 부사장은 "전경련이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일을 한 것 같다"며 "당시 전경련의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오 상무 등과 자축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