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이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이 2차 시험에 합격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법무부는 3급 시각장애인인 최영씨(27)를 포함한 제50회 사법시험 2차 합격자 1005명의 명단을 21일 발표했다. 2차 합격자 중 여성 합격자는 모두 384명으로 이들의 비율은 전년보다 3.09%포인트 상승한 38.2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최영씨는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에서 시작해 고등고시 사법과,사법시험으로 변천한 국내 법조인 선발시험 이래 최초의 시각장애인 2차 합격자로 기록됐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망막색소 변성증'이라는 병에 걸려 사물의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를 갖고 있다. 2000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했으나 2005년부터 급격히 시력이 떨어져 사물을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최씨는 2002~2006년 다섯 차례에 걸쳐 사법시험 1차에서 떨어진 뒤 '5전6기' 끝에 지난해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최씨는 "앞이 보이지 않아 밥 먹으러 식당에 갈 때도 누군가를 붙잡고 가야 하는데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늘 챙겨 줬다"며 고마워했다. 그는 또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시각장애인 변호사로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2차 시험은 4877명이 응시해 경쟁률은 4.85 대 1을 나타냈다. 합격자 중 법학 전공자는 817명(81.29%),비전공자는 188명(18.71%)이었다. 법학 전공 합격자는 전년(782명)에 비해 소폭 증가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비전공자는 전년(226명)보다 줄어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3차 시험은 다음 달 18~21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실시하며 최종 합격자는 다음 달 28일 발표된다. 수석♥최연소♥최고령 합격자 역시 28일 발표한다. 2차 합격자 명단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에서 볼 수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