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만기도래 25조 … 유동성 '숨통' 기대

한국은행이 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은행채를 '환매조건부(RP)'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은행들의 신용 경색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은행채 발행난 등을 거론하며 한은에 은행채 매입을 요청해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말했다. 그는 "한은은 금융위기의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갖고 있는데 원래 여기에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공개시장 조작 대상 증권을 은행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은행채를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에 포함할지 여부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사항"이라며 "지금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한지를 판단하는 것 역시 금통위 몫"이라고 말했다.

은행채가 RP 매매 방식의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포함되면 한은은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은행채를 일정 기간 후 되파는 조건으로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국공채나 통안채만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은이 실제 은행채 매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부도위험이 없는 국공채나 통안채와 달리 은행채는 부실 위험이 있는 만큼 한은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은행채 매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은행들이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스스로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고 또다시 한은에 손을 벌려 손쉽게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은 내부에서도 은행채를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대해 반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그러나 중앙은행이 달러 유동성 부족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다 원화 유동성 부족 사태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을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원화 자금난으로 회사채·기업어음(CP)·은행채·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폭등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은행채는 25조원이 넘는다. 지난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은행의 부실 위험이 부각되면서 은행채 신규 발행은 물론 차환 발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금융위는 한은에 은행채 매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