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확대 … 각국 일자리 창출 고민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침체의 조짐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번엔 'J(Jobless,실업)의 공포'가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감원 태풍이 금융계뿐 아니라 일반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내년 말까지 전 세계에 2000만명의 실직자가 새로 생겨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엄습하는 'J의 공포'…ILO, 내년말까지 전세계 2000만명 실직

◆성역 없는 감원 태풍

2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의 합병으로 수천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는 감원 태풍의 눈이 된 지 오래다. 미국 금융사들이 지난달 해고한 직원은 11만1201명으로,지난해 연간 해고자 수 15만3105명에 육박한다고 채용회사 챌린저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전했다. 윌리엄 톰슨 뉴욕시 감사관은 2010년까지 뉴욕의 민간부문에서만 16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 금융중심지 런던도 마찬가지다. 런던의 은행들은 내년 말까지 6만2000명을 해고해 고용자 수가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유럽 투자은행 부문에서 2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감원 태풍은 건설 부동산 자동차 관광 서비스 등 기업으로까지 확산일로다. 펩시코가 33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으며,이베이와 야후도 각각 1600명과 1000명을 줄일 예정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금융위기로 전 세계 실업자 수가 내년 말까지 2000만명 더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2억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확대되는 빈부격차

ILO는 금융업 고소득자의 실직으로 빈부격차가 단기간엔 줄어들 수 있지만,감원 태풍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빈곤층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빈부격차가 확대됐는데 이번엔 금융위기로 빈곤층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내년 말까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이 4000만명,2달러로 버티는 계층은 1억명 늘어날 것으로 ILO는 예상했다.

ILO 노동연구소의 레이몬드 토레스 국장은 "과도한 빈부격차는 범죄율 증가 등 사회불안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후안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은 "흑자기업 파산을 막아 일자리를 보존하는 게 글로벌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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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은 일자리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중국 광둥성 정부는 해고 근로자를 위한 구호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주장 삼각주에서만 향후 3개월간 250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파산기업의 근로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대만도 이르면 다음 달 초 4만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창출할 때마다 한 명당 30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