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끼며 사는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말처럼 살가운 말이 있을까. 아무리 서운한 일이 있어도,설령 잘못한 일이 있어도 가족끼리는 애정으로 용서되곤 한다. 가족이란 이름속에는 화해와 용서가 담겨 있는 것이다.

가족끼리는 거짓말도 일상으로 통한다. 부모는 무슨 문제가 생겨도 자식들에게는 "우리는 편히 잘 지낸다.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 건강이나 챙기거라"하신다.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으려고 불편한 자신의 처지를 요리조리 둘러대곤 한다. 가족은 물 같고 공기 같아서 함께 살면 그 존재를 쉽게 잊어 버린다. 그러다가 한 명이라도 떠나가면 나머지 식구들은 허전한 삶을 달래지 못한다.

어찌할 수 없는 이 공동운명체는 시공을 초월해 언제나 가족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된다. 가족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비타민이 되고,지쳐있을 때는 그 어떤 보약보다도 '가족의 힘'이 치유의 진가를 발휘한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힘들수록 가족들이 더욱 그리워지는가 보다.

그런 까닭에서인가. 최근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가족애(家族愛)'를 담은 광고들이 부쩍 늘었다. 놀다가 집에 돌아온 아이가 '엄마가 없으면 집이 텅 빈 것 같다'고 말하는 광고에서는 '집은 엄마다'는 자막으로 가족의 사랑을 표현한다. 파도치는 해변가에서 엄마 품으로 뛰어들어가는 광고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가족)의 품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도 '어려울 때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며 '아빠 힘내세요'와 같은 가장을 격려하는 광고가 풍미했었다.

이런 광고들을 접하면서 '지금 우리 가족은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허명(虛名)으로 스러지고 있지는 않은지,아니면 서로를 붙들어 매면서 가족의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가족해체를 걱정하는 시대에 가족의 의미가 되레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