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직으로 시위 확산…대대적 경기부양 나설듯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9.0%는 중국 정부가 지키려고 했던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다. 최후의 선까지는 내주지 않았지만 세계의 공장인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사실이다. 9.0%의 성장률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중국의 실물경제로도 전이되고 있어 4분기 성장률 둔화폭 역시 3분기 못지않게 클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 정부가 성장 엔진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출 둔화가 직격탄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소 베이징 사무소장은 "9.0%라는 숫자만을 볼 때 경착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문제는 하락폭이 예상보다 컸고 따라서 4분기 성장률이 어느 정도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률을 9.5~9.7% 수준으로 예상했었다.

성장의 질적 내용도 좋지 않다. 수출증가율은 올 들어 9월까지 22.3%로,전년 동기대비 4.8%포인트 낮아졌다. 9월 산업생산도 큰 폭으로 줄며 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이 중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출증가율 감소는 곧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4분기엔 수출증가율이 더 큰 폭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최근 펴낸 중국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내년 초에는 한 자리 숫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국의 4분기 성장률은 경착륙을 가늠하는 선인 8.5%를 밑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수출기업들은 이달 들어 대기업까지 파산의 칼날을 맞고 있다. 종업원 7000명의 장난감업체 허쥔그룹이 무너진 것을 비롯,크고 작은 업체들이 연쇄 부도를 내며 실직자가 대거 생기고 있다.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공장지대인 광둥지역에선 약 2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홍콩 기업 중 4분의 1이 연말까지 문을 닫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노성호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수출 임가공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데 중국의 완성품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부품 수출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대중 수출은 54억4100만달러로 7.3% 증가에 그쳤다. 2007년 연평균 18.0%,올 들어서도 10~3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던 대중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내수 부양 본격화 가능성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원자바오 총리가 국무원 회의를 통해 △식량 최저 수매가격 인상과 농업보조금 범위 확대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확대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률 인상 △농업 수리 에너지 교통 등에 대한 투자 확대 △주택 거래세 인하 △파산기업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 강화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내수를 늘리고 수출 비중을 줄여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6%로 올초 8%대에서 안정적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어 보다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4개월간 핫머니(국제 투기자금)가 800억달러가량 빠져나갔고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를 또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43.36포인트(2.25%) 상승한 1974.01로 장을 마쳤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