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승하선 도와주고…휴일에도 응급환자 수송…

"이리 주세요. 아이고,이렇게 무거운 걸 어떻게 지고 왔습니까?"

지난 18일 오전 11시께.멀리서 통통배가 시야에 들어오자 제복 차림의 한 경찰관이 바삐 움직인다. 이고 진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서 빼앗듯이 짐을 떠안은 사람은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덕적도파출소 소야분소장으로 근무하는 최승주 경사(44).평소에는 작업복 차림인데 인터뷰 때문에 제복을 입어 여간 어색한 게 아니라는 최 소장.거친 물살 속에서 선장을 도와 안전하게 나룻배를 선착장에 붙이고 짐들을 일일이 배로 옮겨 싣는 그의 손놀림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나룻배 선장인 송은출씨(53)는 이런 최 소장을 '갑판장'이라고 불렀다. 덕적도에서 소야도로 하루 평균 네 차례 오가면서 아이들과 주민들의 승선과 하선을 도와주는 최 소장을 송 선장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소야도에는 학교도 없고 마을버스도 없어 소장님이 덕적도로 통학하는 학생들과 주민들을 직접 자신의 무쏘 차량에 태워서 선착장으로 데려다 줍니다. 언젠가 짐을 잔뜩 든 채로 그물을 어선에 옮겨주느라 어깨를 다친 적도 있어요. 경찰이 아니라 큰형님이지요"

소야도.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 뱃길로 1시간가량 거리인 덕적도 선착장에서 내려 또다시 나룻배를 타고 남동쪽으로 5분 정도 가면 나오는 섬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소야리 마을.110여 가구에 200여명 주민이 전부인 이 작은 섬에서 최 소장은 치안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마을 주민들의 손과 발 노릇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이다.

21일은 경찰의 날. 최 소장처럼 음지에서 봉사하는 경찰이 희망이다. 소야도 남우경 진료소장(여·44)은 "최 소장은 휴일에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보건진료소로 옮기는 일을 도맡는 등 마을 어르신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잘한다"고 전했다. 순찰 중에도 주민들의 안부를 묻고 도울 일이 있으면 서슴없이 해결해주고 간다는 것.

소야도는 1인 근무지여서 최 소장이 대민활동을 나갈 때면 분소의 일은 부인 전혜경씨(40)의 몫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인 자녀들과 함께 사는 관사가 분소 바로 옆에 있어 수시로 분소를 오가며 걸려오는 전화를 받거나 민원을 들어주는 등 바쁜 남편의 일손을 거들고 있다.

낙도 근무를 자원했다는 최 소장은 소야도에 오기 전인 2005년 2월부터 덕적도의 또 다른 외딴 섬인 울도 분소에서 1년6개월간 근무했다. 이후 인천공항 지구대에서 6개월을 근무한 뒤 또다시 낙도를 지원해 소야도에 온 지는 1년7개월째다.

"아내가 교육문제로 낙도 근무를 심하게 반대했다"면서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어릴 때는 자연 친화적인 시골 경험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로 겨우 설득했다"고 최 소장은 설명했다.

스물일곱살 때인 1991년 경찰 공채로 이 길에 들어선 지 벌써 17년째.강력계 형사와 인천공항기동대 등지에서 근무할 때는 유사휘발유 제조 사범과 슈퍼 연쇄 절도범을 검거하는 등 기동성있는 수사력도 발휘했다는 그는 "고생스럽지만 대민봉사에 대한 보람이 커 낙도 근무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소야도 근무기간을 5개월 남겨두고 있다는 최 소장."아내가 이해해준다면 제 도움이 필요한 섬마을에서 주민들과 계속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인천 소야도=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