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2~3%P 급등…판매 위축 불보듯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한 뒤 장기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오토할부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한 달 새 2~3%포인트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캐피털회사 등의 조달금리가 뛰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할부금리가 상승하면서 판매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를 병행 수입하는 SK네트웍스는 20일 구매고객에게 일괄 적용하는 할부금리를 종전의 연 8.3%에서 연 11%(36개월 할부 기준)로 인상했다.

할부금리를 한꺼번에 3%포인트 안팎 올린 셈이다. 할부기간을 12개월로 짧게 잡으면,연 12%의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구매고객에게 적용해온 할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산차 업체들과 거래하는 캐피털회사들도 일제히 할부금리를 높였다.

대우캐피탈 우리캐피탈 두산캐피탈 등은 지난달 연 8%대 초반이던 할부금리를 이달 들어 연 9~10%로 인상했다. D사 관계자는 "캐피털회사 중에선 돈을 구할 수 없어 일부러 할부 영업을 줄인 곳도 있다"고 소개했다.

자동차 할부금리가 급등하면서 내수판매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지난달 판매된 자동차는 총 7만8585대로,작년 같은 달 9만1904대보다 14.5%(1만3319대) 감소했다. 지난 8월에도 내수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7% 줄었다.

자동차공업협회 측은 "경기침체에다 금융불안에 따른 구매심리 위축으로 내수판매가 무척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수입차 판매가 외견상 증가하고 있지만,환율에다 조달금리까지 불안해져 각사가 내년 사업계획을 짜기 어려울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국산차업체 관계자는 "적극적인 할부영업에 나서지 못한 탓에 판매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며 "신차 계약 단계에서 턱없이 높은 할부금리 때문에 계약을 포기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재길/유승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