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 보증 등 고강도 금융대책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당장 은행의 유동성에 숨통을 틔여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큰 폭의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오전 9시 33분 현재 증시에서 신한지주가 전날보다 900원(2.67%) 오른 3만46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KB금융(0.92%) 우리금융(1.01%) 외환은행(0.59%) 하나금융지주(4.43%) 등 주요 은행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주들의 이 같은 강세는 정부의 고강도 대책 덕분이다. 정부는 전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은행이 들여오는 대외채무를 정부가 3년간 지급보증 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증 규모는 총 1000억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또 300억달러의 외화자금을 국내 은행에 추가로 공급하기로 하고,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매입으로 유동성도 확대해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은행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달러 유동성 공급으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외채를 충분히 소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1000억달러까지 정부가 보증하기로 한 은행의 외화차입 규모도 은행권의 총 외채(210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당분간 은행의 외화 유동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외화 및 원화 자금조달과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은행주의 본격적인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부실 방지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곧바로 은행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용경색을 해소시키고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도 나와야 은행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규선 연구원도 "강도 높은 건설사 지원과 금리인하 등 후속 대책이 마련되어야 장기적으로 은행주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기회에 업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털어내야 은행과 건설주가 장기 성장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준재 연구원은 "외화 유동성이 해소된다고 해서 실물경기의 침체를 빗겨갈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은 고도성장과 과잉투자를 향유해온 실물 부문의 구조조정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구조조정을 계속 미룬다면 후유증만 더 커질수 있다"며 "건설ㆍ부동산 부문을 포함한 과잉투자 업종과 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