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외환보유액 감소세로

외환보유액 세계 상위 10개국 중 중국과 홍콩을 제외한 8개국에서 외환보유액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자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각국이 시장개입에 외환보유액을 써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신흥국에 대해 달러자금을 무제한 융자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 들어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나라는 러시아다. 10월10일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5306억달러로,정점이었던 8월8일에 비해 약 670억달러(11.2%) 감소했다. 그루지야 분쟁 이후 러시아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대거 이탈한 데다 금융위기 확산으로 자금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진 탓이다. 러시아 당국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 8월부터 '루블 매입-달러 매각' 형식으로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한국도 9월 말 외환보유액이 2397억달러로 정점이었던 올 3월에 비해 9% 줄었다. 역시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인도(8.0%)와 대만(3.5%) 싱가포르(4.9%) 등에서도 외환보유액이 정점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다소 줄었다고는 해도 아시아 각국의 현재 외환보유액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다.

한편 외환보유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중소국들이 IMF에 잇따라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파키스탄도 IMF에 100억달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CNBC가 이날 전했다.

이에 따라 IMF는 자금난에 빠진 신흥국에 자금을 지원할 때 융자액 상한을 설정하지 않고,심사기준도 크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MF는 통상 회원국에 대해 출자범위 내에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IMF가 현재 신흥국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약 2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