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처하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의욕과 활력을 저해한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해악은 뇌의 보상 체계를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뇌 과학자들은 얘기한다. 동기와 목표의식을 마비시켜 무기력증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현대인들은 거의 없다. 직장인들도 업무가 제대로 안 풀릴 때,너무나 힘겨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실로 다양하고 복잡해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문제는 그런 스트레스가 조직 전체를 무위와 무력감,패배주의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해도 안 돼" "우리는 만년 3류야"라는 자탄은 조직 내 구성원들의 무기력증이 서로 공명(共鳴)한 결과다. 우울증에 따른 모방 자살이 늘어나는 것도 일종의 공명 현상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 놓으려면 '안 되는 이유'를 자꾸 찾는 사람들에게 '되는 길'을 알려 주고 확신을 심어 줘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 전체의 경쟁력은 개개인의 합보다 크다

조직 재건을 위해서는 우선 '전체는 언제나 부분의 합과 같다'는 '요소 환원주의'부터 극복해야 한다. 조직 전체의 경쟁력은 개개인들의 경쟁력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느 기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슬로건 속의 '우리'는 개인의 집합체가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개인과 그 무한한 관계들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2002년 월드컵 때 전국을 뒤덮었던 길거리 응원의 양상을 설명해 낼 길이 없다. 당시 길거리 응원은 단순한 부분의 합으로 분출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강제 동원한 것도 아니고 시민단체들이 멀쩡한 국민들을 부추긴 결과도 아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공명이라는 매개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그 에너지를 "잠재돼 있던 민족의 신명이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놀이판에서 발산됐다"(임재해 안동대 교수)고 설명했고 또 다른 이는 "월드컵을 통해 변방 콤플렉스와 패배주의를 떨쳐 버리려는 기세"(강정인 서강대 교수)라고 풀이했다.

공명의 위력은 우리 생활 속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바이올린의 G선을 켜면 떨어져 있는 또 다른 바이올린의 G선이 스스로 울린다. 소리의 진폭이 똑같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소프라노 가수가 높은 음을 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와인 잔이 깨지는 현상도 가수의 목소리와 잔의 진동 수가 맞아떨어지는 공명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 변화를 위한 공명은 긍정에서 시작된다

공명은 요소 환원주의를 깰 수 있는 힘이다. 부분의 합을 전체보다 앞서게 함으로써 정해져 있는 범위를 이탈하고 새로운 질서를 가져다 준다. 만약 요소 환원주의가 맞는 이론이라면 우리는 약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 인체를 언제든지 분해하고 재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인체 분해-재결합이 불가능한 이유는 세포-조직-기관이라는 하드웨어 외에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협조하고 작용하는 기관들의 복잡다단한 상호 작용(소프트웨어)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 변화를 위한 공명은 긍정과 낙관에서 시작한다. 조직을 짓누르고 있는 억압을 깨부수고 현상 유지의 논리를 벗어나려면 개인 간의 긴밀한 상호 작용을 통한 '새로운 조직화'가 일어나야 한다. 만약 이런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의 승패,흥망성쇠는 고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2등이 1등을 따라잡는 역전도 생겨날 수 없다. 조직 간 승부는 조기에 뒤집히지 않는다. 쉽지가 않다. 상대도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최고의 힘은 긍정과 낙관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바버라 프레데릭슨 교수는 긍정적인 마음이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스트레스가 앗아간 목표의식을 되찾아올 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마음이 조직 내에서 공명을 시작할 때 긍정의 자기복제가 확산되고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복잡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성공한 경영자들은 대개 이런 원리를 알고 있다.

잔잔한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지면 일시적으로 파장이 생기지만 곧 잠잠해진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지속적으로 던진다면 그 파문은 쉴 새 없이 물결을 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가하면 반복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그것으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경구는 조직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