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테마파크이자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월트디즈니.1923년 설립 이후 잘 나가던 월트디즈니는 1980년대 초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 시장 점유율이 4%(1979년)로 추락하며 7개 대형 영화제작사 중 꼴찌로 전락했다.

월트디즈니가 문닫을지 모른다는 전망이 파다하던 1984년.마이클 아이즈너는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되자마자 '공쇼(Gong Show)'를 도입했다. 공쇼란 1970년대 유행한 미국의 TV 쇼 이름.아마추어들이 자유롭게 춤이나 노래 실력을 겨루는 무대였다. 이를 본떠 모든 직원들로 하여금 애니메이션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월트디즈니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 히트 작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죽어가던 월트디즈니를 살려낸 아이즈너의 전략은 한 가지였다. 숨어 있던 직원들의 창조성을 되살려내는 것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가 움츠러들고 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살아 남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창조적 인재 확보라는 게 과거의 경험이다.

JP모건체이스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대표적 승자로 꼽힌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위기의 구원투수'라는 칭송도 들었다. JP모건체이스가 위기를 이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1893년 영국 투자자들이 철수하면서 첫 금융위기를 맞았다. 이때 JP모건 설립자인 존 피어퐁트(JP) 모건은 월스트리트의 자본을 모아 정부 공채를 인수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JP모건이 반석 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이다.

창조성을 바탕으로 위기를 역이용한 경우도 허다하다. 아일랜드의 라이언항공은 국제 수송여객수 기준 세계 1위다. 라이언항공이 만들어진 것은 1985년.유럽 경제가 불황에 허덕이며 모두가 축소 경영을 외치고 있을 때였다. 창업자인 크리스티 라이언과 리암 로너건은 저가 항공사 모델을 선보이며 항공업계의 판도를 뿌리부터 바꿔 버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어쩌면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다. 하기에 따라서는 업계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다. 그러자면 창조적 인재가 필수적이다. 중국이 조만간 월가에서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창조적 인재를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얼마나 많은 창조적 인재를 확보하고,그들이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 여부가 글로벌 위기의 승자와 패자를 가를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가운데서 한국경제신문이 오는 11월4∼6일 교육과학기술부 및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함께 '글로벌 인재(HR)포럼'을 개최하는 이유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