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역사의 교훈 되새겨야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신경제에 바탕을 둔 '골디락스'(높은 경제성장에도 물가는 안정돼 있는 상태) 시대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젖어 소수의 사람들이 제기한 버블(거품)의 경고를 듣지 못했다. 신중한 경제학자나 투자전략가들조차도 "이번 만큼은 과거와 다르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또 한번 버블 역사의 한 장을 기록했고 남은 건 수많은 투자자의 회한뿐이다.

멀게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에서 가깝게는 21세기 초 IT(정보기술) 버블처럼 인류의 역사에서 버블의 생성과 붕괴는 유기체와 같은 실물경제가 성장하는 사이클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런데도 버블 현상이 예외없이 투자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가는 이유는 금융시장이 인간의 탐욕과 공포에 의해 적정 수준을 넘어 과도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하루 수천억원의 돈이 중국펀드로 몰리고 특정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과 최근 선진국의 주가지수가 코스닥 소형주처럼 하루에 10%씩 폭락하는 모습은 투자자 내면에 공존하는 탐욕과 공포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가 아닌가 싶다. 버블이 붕괴되고 나면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쉽게 깨우치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인간의 군중심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투자심리 가운데 가장 잘 다스려야 할 심리가 다른 사람이 이득을 볼 때 내가 소외되는 상황에서 오는 고통일 것이다. 이러한 투자 심리가 특정 자산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을 만들어 내서 버블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서 요즈음과 같이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에서 평범한 개인투자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현명한 투자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리도 군중심리에 부화뇌동하는 인간인 이상 쉽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길은 과거 버블의 생성과 붕괴의 역사를 반추하고 현재 투자심리 사이클이 어느 국면에 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1년 전과 같이 투자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가득해 '묻지마 투자' 식의 탐욕이 극치에 이를 때가 가장 위험이 높은 시기인 반면 최근과 같이 앞으로 다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 성을 갈겠다고 다짐하는 공포와 회한의 시기가 가장 투자수익을 많이 가져다주는 절호의 기회였던 경우가 많았다.

신경제의 허상에서도 밝혀졌듯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역사는 그저 반복될 뿐이다. 시장에서 한 발치 떨어져서 투기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군중심리에서 벗어나 보면 현명한 투자자의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 이사 gordon.ch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