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실물경제로] 포스코ㆍ현대重마저 하한가…오른종목 4.6%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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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9.4↑ㆍ환율 10%↑ … "외환위기 다시 온것 같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이미 과거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빠져 들었다. (박건영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확산돼 사방을 둘러봐도 희망이 안 보인다. (서영호 JP모간 한국지점 전무)"
16일은 국내 금융시장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날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0% 넘게 폭락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10% 이상 폭등했다. 박건영 대표는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10%가 하루 사이에 날라갔다"고 진단했다.
포스코가 가격제한폭이 15%로 확대된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한가로 추락하는 등 블루칩마저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우량주들도 투매 사태
이날 코스피지수는 126.50포인트(9.44%) 빠져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개장 전부터 분위기는 침울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률(7.87%)을 기록하며 8500선으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정책공조를 통해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가 싶더니 소비를 비롯한 실물경제 침체 공포가 밀려온 때문이다. 9월 미국 소매판매는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실물경기 침체를 예고했다.
개장 초 80포인트 이상 급락한 채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키워갔다. 은행주를 비롯해 경기관련 업종인 조선 철강 해운업종 대표주들이 투매로 줄줄이 추락했다. KB금융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내렸고 나머지 4개 시중은행들도 10% 이상 급락했다. 대형 건설주들도 줄줄이 하한가로 떨어졌다.
서영호 전무는 "은행주 급락은 국내 시장이 신용위험의 공포에 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P가 국내 7개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무디스도 S&P를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져 분위기는 악화됐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기아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칩들마저 하한가로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133개, 코스닥시장 240개 등 373개 종목이 하한가로 떨어졌다. 떨어진 종목은 두 시장을 합쳐 모두 1801개나 됐다. 반면 오른 종목은 상한가 12개를 포함 89개로 전체의 4.6%에 그쳤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경색과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6월12일(9731억원) 이후 최대인 620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올 들어서만 31조원 넘게 팔아치워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도 경기침체로 인한 일부 기업들의 도산 가능성을 시장이 느끼고 있다"며 "이런저런 대책이 나올 때마다 가끔 반등은 나오겠지만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장부터 '패닉'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3원50전(10.8%)이나 폭등한 1373원으로 마감했다.
그동안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정부의 환투기 세력 적발,선진국들의 국제공조 등으로 안정되는 듯하던 환율은 개장 초부터 요동쳤다. 101원 폭등하며 출발한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에 정부의 시장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1296원까지 밀렸지만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결국 10% 넘게 오른 수준으로 마감했다.
이날 환율 폭등은 개장 초부터 예고됐었다. 실물경제 침체 우려로 간밤에 미국 다우지수가 8% 가까이 빠진 데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시장(NDF)에서 1개월물 원ㆍ달러 환율은 128원 오른 1315원에 마감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동반 급락하고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선진국들이 은행간 거래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데 반해 한국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국내 은행들에 약점이 될 수 있다"며 "국내에선 신용경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외화자금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1개월물 외환 스와프포인트는 이날 -15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21원에서 주요국들의 구제금융 조치 등으로 14일에는 -13원까지 줄었지만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스와프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으로 마이너스가 클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다.
최근 거래량이 평소(하루 100억달러 안팎)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급감한 것도 환율 폭등을 부추겼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거래량이 급감한 상태에서 약간의 달러 매수주문만으로도 환율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서정환/주용석 기자ceoseo@hankyung.com